강원 춘천시의 한 유치원에서 5세 아동 두 명이 담임교사에게 맞았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동학대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양(5)은 학예회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저녁 부모에게 “학예회 연습에 집중하지 않았다”며 교무실로 불려갔고 “배를 걷어차였다”고 털어놓았다. A양은 “배를 걷어차여 뒤로 밀려났고 아파서 우는 동안에도 혼이 났다”고 말했다. 부모는 다음 날 경찰에 즉시 신고하고 유치원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청했지만 교무실과 교실에 설치된 카메라가 통신 연결이 되지 않아 영상을 볼 수 없었다.
경찰은 복도 CCTV로 A양이 담임교사와 함께 교무실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교무실에는 아이와 교사뿐이어서 직접적인 목격자는 없었지만 영상에는 A양 이전에 같은 반 B군(5) 역시 교사와 함께 교무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다. 이후 B군이 울면서 나오는 모습도 확인됐다.
A양이 부모에게 “나 말고 B도 맞았다”고 했던 말과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정황이 드러나자 B군도 “배를 세 번 강하게 걷어차였다”고 부모에게 뒤늦게 털어놓았다. B군은 평소 손가락을 빠는 습관이 있었는데 9~10월 사이 담임교사가 ‘가위로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발언은 B군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들은 것으로 알려졌고 일부 학부모는 B군 부모에게 “정말 그런 말을 들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A양과 B군의 부모는 담임교사가 아이들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한 것이라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개구쟁이라 혼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동안 선생님 편을 들었다”며 “학기 초부터 아이들이 선생님이 무섭다고 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자책했다. 또 “최근 사례뿐 아니라 이전에도 여러 차례 맞았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유치원은 논란 직후 담임교사를 학급에서 분리하고 새로운 교사로 교체했다. 담임교사는 휴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위협적이거나 부적절한 행동은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아이들을 교무실로 데려간 사실은 인정했지만 “격려 차원에서 차분히 이야기했으며 큰 소리를 내거나 때린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또 “복도가 학예회 준비로 혼잡해 교무실에서 대화한 것일 뿐이며 A양은 감정이 올라 쉽게 울음을 보이는 편이라 대화를 중단하고 안정시키려는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가위로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전혀 없다”며 “손가락 빨기 습관을 줄이기 위해 위생과 건강 설명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춘천경찰서는 피해 아동들이 해바라기센터에서 진행한 진술 녹화 내용을 확인한 뒤 이번 주 내로 사건을 강원경찰청에 넘길 예정이다.
한편 학부모들은 교실과 교무실에 설치된 CCTV가 실제로는 기록 기능이 없는 상태였다는 점에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당연히 CCTV가 녹화되고 있을 줄 알았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데 아이들은 누가 보호하느냐”고 호소했다.
2015년 인천 송도 아동학대 사건 이후 어린이집은 CCTV 설치와 60일 의무 보관이 법적으로 강제됐지만, 유치원은 유아교육법 적용 대상이라 여전히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1년 유치원에도 CCTV 의무화를 포함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해당 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 개원 당시 CCTV를 단 걸로 알고 있지만 가동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직원 등 교육정보 주체들이 모두 다 동의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CCTV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가동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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