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 이후 검찰이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항소를 포기하게 된 사유를 명확하게 밝히라’는 검사들의 집단 요구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사퇴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중심으로 검사 징계 강화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청 폐지로 공소 제기·유지를 맡을 공소청에서 향후 비슷한 사태가 거듭될 수 있는 만큼 정치 중립·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대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직무대행은 14일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사와 다른 수사 기관을 구분 짓는 핵심 표징으로 ‘수사와 공소 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구성원들이 우려를 전한 것임에도 항명이나 집단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며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저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추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는 민주당이 대장동 항소 포기 이후 제기된 검찰 내부 반발을 ‘정치 검사의 항명’으로 추진하고, 검사 징계 강화법을 추진하는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김병기 원내 대표가 대표 발의한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장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법안의 핵심 내용은 국회 탄핵 소추와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검사를 파면하는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검사도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징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파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만 노 직무대행은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서 지적되거나 문제가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대장동 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련의 과정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거나, 각종 이권이 충돌하는 사건의 경우, 유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검찰청 폐지로 수사·기소권을 나눠 지닐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각각 행정안전부, 법무부 산하에 있는 만큼 기소를 사이에 둔 부처별 충돌까지 우려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법무부가 이를 꺾었다고 볼 수 있다”며 “절차에 의하지 않았을 뿐, 명백한 수사 지휘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설립된 공소처의 주요 업무는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데 공소청이 제대로 기소·항소 등 업무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 시) 법무부 장관의 지휘 하에 있는 현재와는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소 여부를 두고 공소청이 행정안전부 산하 수사 기관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며 “이는 법무부·행정안전부 등 부처 장관 사이의 충돌로도 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공소 제기나 유지를 두고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 발동에 대해 한층 명확한 규정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청법 제8조에서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장관이 의사를 표현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수사 지휘권 발동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수사·기소권을 지닌 검찰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이 같이 다른 형태로 (수사나 기소 결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건 적절하지도 적법하지도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설된 이후 공소 제기·유지를 맡을 공소청의 수장에게도 현재의 검찰총장과 같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만큼 법무부 장관이 공소청장에게 기소와 관련된 언급을 할 때는 반드시 서면으로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도록 하는 등 안전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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