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약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병원을 내세워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조직이 경찰 수사 끝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약사와 제약사 직원으로부터 약 21억 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지난달 다이어트 약 전문병원 설계를 주도한 의사 A씨 등 7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14일 밝혔다. 이들 가운데 4명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 경찰은 확보된 범죄수익 중 16억 3000만 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약사와 제약사 직원 7명도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송치됐다.
A씨는 자신이 운영했던 병원 사례를 기반으로, ‘다이어트 약 병원은 마케팅으로 돈이 움직인다’는 점을 마케팅업자들에게 강조하며 병원 개설 방식과 리베이트 구조를 먼저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의료인인 마케팅업자 B씨 일당은 의사 C씨 등을 고용해 서울 강남·구로·명동에 다이어트 약 전문 병원 3곳을 차렸다. 이들은 외형적으로는 고용 의사가 투자자처럼 보이도록 허위 투자약정서를 만들고 운영자금을 차용금으로 위장한 뒤 고용 의사 계좌로 흘린 돈을 변제금 명목으로 다시 돌려받는 방식으로 실소유 관계를 숨겼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비급여 항목인 다이어트 약만 일률적으로 처방했다. 직원들이 퇴사 후 신고하지 못하도록 비밀준수협약서까지 강요해 장기간 범행을 이어온 사실도 확인됐다.
환자 유치를 위해 B씨 등의 마케팅 회사 직원들은 인터넷 포털·블로그 등에 치료 후기를 가장한 허위 글을 꾸준히 올렸고 작성 실적을 인사평가에 반영하며 조직적으로 환자를 끌어모았다.
환자들에게는 대한비만학회 비만진료지침을 따르지 않고 유명 다이어트 병원의 처방 체계를 그대로 베껴 단계별 약물과 유지용 약으로 패키지처럼 동일한 약을 처방했다. 그 결과 일부 환자에게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항의가 들어오면 “애매하게 답하며 시간을 끌어 화를 가라앉히자”는 내부 대응 지침까지 세워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달 22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이들을 모두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리베이트를 제공한 약사들에게는 그동안 실제 적용 사례가 거의 없었던 약사법 제24조의2와 의료법 제23조의5를 처음으로 적용해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혐의를 물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처방전 제공 조건으로 지원금을 요구하는 일부 관행이 고질적인 사회적 병폐로 지적됐으나 법령 미비로 처벌하지 못한 약사들에 대해 최초로 해당 조항을 통해 적발한 사례”라고 말했다. 또 “다이어트 병원 선택 시 의료진의 전문성과 자신의 건강 상태, 목표에 맞는 상담과 치료가 가능한 곳인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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