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계기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불장난을 멈추지 않으면 스스로 타죽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협박성 경고를 이어가는 반면, 일본 정부는 발언 철회를 강하게 거부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14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도쿄는 불장난을 멈춰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위험한 도박”이라며 “일본은 잘못된 주장을 즉시 철회하고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통해 중일 관계와 지역 평화를 저해하는 모든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나룻배를 타고 ‘하나의 중국’이라고 적혀 있는 암벽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묘사한 만평도 함께 실렸다. 글로벌타임스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을 계속한다면 그 결과는 비극적일 것이며 모든 책임은 일본에게 있다”며 날을 세웠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가 본인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멋대로 쳐들어온 그 더러운 목을 벨 수 밖에 없다”며 극언을 쏟아내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졌다.
일본 정부가 “극히 유감”이라며 중국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중국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해서는 안 된다. 불장난을 하는 자는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같은 날 중국 외교부도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심야 초치(召見·불러 만나다)했다. 심야 초치는 중국 외교부가 상황의 엄중함과 심각성을 표하는 수단으로,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에 방문했던 때에도 주중 미국대사를 같은 방식으로 호출했다.
중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 취소를 거부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얻은 외교적 자신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맥스웰 스쿨의 마르가리타 에베스테베스-아베 교수는 “(미중·미일 정상회담 후) 판세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고, 양측(중일) 모두 대담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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