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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협정 개정 등 후속 조치가 관건…20조 예산 확보도 숙제

■한미협상 팩트시트…첫발 뗀 한국형 핵잠

기존 협정은 '평화적 목적'에 국한

연료확보 위해선 美의회 승인 필요

IAEA 검증·中 반발 움직임도 변수

軍, 5000톤급 4척 이상 건조 추진

KF-21 넘어 단군 이래 최대 사업

실제 진수까지 10년가량 걸릴 듯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한미 통상·안보 협상 결과물인 ‘공동 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 결과를 직접 설명하기 위해 언론 앞에 섰다. 생중계된 이 대통령의 브리핑은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이번 팩트시트 발표로 사실상 핵잠 건조의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우리의 우라늄 농축과 평화적 사용을 위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지한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한국은 잠수함 선체와 소형 원자로 건조 능력은 대부분 갖춘 것으로 전해졌지만 연료로 쓸 농축 우라늄 확보가 문제였다. 하지만 팩트시트에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한다고 공식 문서로 남기는 성과를 이뤄냄으로써 우리 군의 30년 숙원인 핵잠 확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대목은 핵잠을 어디에서 건조할지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은 점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전제하에 미국과 협의가 진행됐다”고 강조하지만 향후 이견이 불거질 소지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의 핵잠 건조 장소로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를 지목해 이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는 데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10월 22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에서 열린 장영실함(장보고-Ⅲ, Batch-Ⅱ 1번 함) 진수식에서 강동길 해군참모총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변광용 거제시장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료 확보 문제를 놓고도 추가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은 평화적 목적에 국한됐기 때문에 핵잠 원료 확보를 위해서는 한미가 별도의 협정을 맺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미 행정부 내 있을 수 있는 반대 기류는 잠재울 수 있지만 미 의회의 승인이라는 관문도 뚫어야 한다.

팩트시트에 원자력협정 개정은 언급되지 않고 ‘원자력협력협정에 부합한다’는 문구가 있는 점에 비춰 일단은 현행 협정 내에서 한국에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주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위 실장은 “농축·재처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과 후속 협의를 해서 기존에 가진 협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협정에 따르면 양자 차관급 상설 협의체인 고위급위원회를 통해 한국의 핵연료 주기 논의를 진행한다.



위 실장은 특히 호주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통해 핵잠을 공급한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호주의 오커스 가입을 참고해보면 미국의 원자력 관련 법률 91조에 있는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했다”며 “그런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은 앞으로의 협의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핵잠에 설치되는 원자로는 핵 물질 감시 및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과 협의해 핵잠 원료인 농축 우라늄이 핵무기 개발에 전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검증하는 방안도 함께 수립해야 하는 처지다.

주변국의 반응도 변수다. 중국은 한국의 핵잠 확보 계획에 불쾌한 분위기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촉진에 반대되는 일을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에둘러 지적했다.

핵잠 건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군 당국은 배수량 5000톤급 이상 핵잠을 2030년대 중반 이후에 4척 이상 건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4∼6척을 건조하는 데 12조∼18조 원이 투입되고 개발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비용이 20조 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핵잠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단군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으로 평가되는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KF-21 사업의 총사업비는 개발비(8조 1000억 원)와 양산비(8조 4000억 원)를 합해 16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핵잠 건조를 시작해 진수까지 최대 10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위 실장은 잠수함 건조 일정에 대해 “목표 시기가 특정돼 있지 않지만 대개 (건조에) 10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빨리 시작해 시기를 앞당겨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핵잠 건조 장소와 원료 확보, 막대한 건조 비용, 기술적 난관 등으로 예상과 달리 핵잠이 건조되기까지 최대 10년가량 긴 기간이 걸릴 수 있어 차곡차곡 준비하되 반드시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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