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으로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에 불이 붙으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3일 발표한 ‘10월 가계대출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4조 8000억 원 늘어 증가 폭이 전월(1조 1000억 원)에 비해 네 배 넘게 커졌다. 정부의 초강력 규제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3조 2000억 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신용대출이 전달 1조 6000억 원 감소에서 9000억 원 증가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 주담대를 조인 ‘풍선 효과’에 더해 코스피가 연초 대비 70% 넘게 뛰는 ‘불장’에 올라타기 위한 빚투 열풍이 거세진 징후로 볼 수 있다. 증시에서 ‘코스피 7500’이라는 파격 전망까지 나온 가운데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7일 기준 사상 최고인 26조 2165억 원을 기록했다.
주가가 오르고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올리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금리의 대출로 떠받친 호황장은 작은 외부 충격에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이미 한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경고했다. 미국 증시에서 강세장을 견인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거품론’이 제기되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금융 시스템 불안 수준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도 3분기 기준 32.9로 전 분기 대비 1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빚투 리스크가 급격히 커지는데도 금융 당국의 인식은 안일하기만 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2일 “신용대출이 건전성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앞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며 빚투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시해야 할 금융 당국이 부채 리스크에는 눈감고 ‘주가 띄우기’에 동참한다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완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자산 배분 비율 상향 검토 등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공약 달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금융위까지 나서서 ‘빚투의 판을 깔아준다’는 오해를 사도 할 말이 없다. 지금은 금융 당국이 시장 과열을 경계하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힘을 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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