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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경관 지키는 모든 수단” 1호로 ‘세계유산지구’ 지정…실효성은  

국가유산청, 지난해 계획 발표 후 1년만에 전격 지정

종묘 주변 관리 강화로 서울시에 ‘영향평가’ 수용 압박

다만 세계유산법 시행령 등의 미비로 효과는 미지수

앞서 다짐처럼 문체부가 관련 법령 제·개정 나설 수도

서울 종묘(왼쪽 위)와 논란의 세운4구역(오른쪽 빈터) 모습.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로구 소재 종묘가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된다. 앞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종묘 경관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 종묘 앞 145m 빌딩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첫 ‘수단’이 나온 것이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는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세계유산 분과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종묘 세계유산지구 신규 지정 심의’ 안건을 심의해 가결했다고 밝혔다. 현행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세계유산법)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장은 필요한 경우 세계유산지구를 지정해 관리할 수 있다.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될 경우 국가유산청장은 해당 지역에서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의 재산권 행사도 규제 대상이 된다.

세계유산법에 따르면 세계유산지구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구역 ▲세계유산 구역, 이런 세계유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주변 구역인 ▲세계유산 완충구역 등의 2단계로 구분된다. 일단 이날 문화유산위원회는 종묘를 중심으로 총 91필지, 19만 4089.6㎡ 규모를 세계유산지구 가운데 좁은 범위의 ‘세계유산 구역’로 지정했다. 현재 종묘 담장의 안쪽이다. 종묘 주변을 의미하는 ‘세계유산 완충구역’은 이번에 지정되지 않았다.

물론 이번 조치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0월 종묘를 비롯해 창덕궁,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 국내 세계유산 11건의 세계유산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에서 1년여만에 종묘부터 세계유산지구(세계유산구역)을 지정한 것이다. 종묘만 이번에 지정한 것은 지난달 30일 서울시가 종묘 앞 세운4구역 건물의 최고 높이에 대한 변경 고시(72m→145m)라는 ‘기습(허민 청장의 언급)’을 시행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에서 종묘 보호를 위한 ‘완충구역’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가로 지정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현행 법률로 세계유산지구를 지정할 때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장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영향이 큰 완충구역까지는 서울시의 의견 없이 지정하기는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다.

종묘 일대 행정 도면. 붉은색 표시가 ‘세계유산지구(세계유산 구역)’ 지정 지역으로 현재 종묘 담장 범위다. 이번 지정에서 ‘세계유산 완충구역’은 빠졌다. 사진 제공=국가유산청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지구와 관련해 “세계유산법에 따라 세계유산 종묘는 세계유산지구 지정 고시 이후 세계유산영향평가(HIA)의 공간적 범위 대상이 설정되므로, 국가유산청장은 종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며 “서울시에 세계유산법에 근거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지구 지정 관련 행정절차를 12월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이런 세계유산지구 지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종묘 앞 초고층건물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서울시가 그냥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올해 4월 유네스코는 서울시에 시의 재개발사업이 종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체 계획에 대한 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에 반대한다는 언급을 여러 번 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지난 4월 서울시에 유네스코 영향평가 관련 공문을 보낸 이후 5월과 9월 등 총 3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을 전했으나 서울시로부터 어떠한 회신도 받은 바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최휘영(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7일 서울 종묘를 찾아 정전 월대에서 바라보이는 경관을 점검하고 있다. 최 장관이 들고 있는 종이에는 서울시의 계획대로 세운4구역에 초고층건물이 들어섰을 때 모습을 예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옥상에서 열린 세운4구역 재개발 관련 현장 브리핑에서 주변 전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시


제정 법률인 세계유산법의 지난해 11월 시행에도 불구하고 법률에 있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할 수 없는 이유는 관련한 하위 법령(시행령)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세계유산법은 “대상 사업의 구체적 범위, 평가 항목, 방식 및 절차 등 세부 기준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즉 대통령령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세계유산법 관련 시행령에 대해 타깃이 될 서울시가 강력히 반대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가유산청의 추가 조치도 관심거리다. 이번 세계유산지구 지정은 국가유산청의 상위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이 지난 7일 종묘를 직접 방문해 “대한민국 문체부 장관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앞장 서겠다”라고 말한 첫 조치로 볼 수 있다.

최 장관은 또 “허민 국가유산청장께서는 법령의 제정, 개정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신속히 검토해서 보고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 다소 복잡한 법률 제정·개정보다는 행정조치를 먼저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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