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고 샤워하는 ‘다크 샤워(dark shower)’가 미국에서 새로운 웰빙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분위기를 내는 행위가 아니라, 뇌를 진정시키고 불안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다크 샤워’ 열풍이 번지고 있다”며 “욕실 조명을 끄거나 최소한으로 줄인 채 샤워하는 것이 새로운 힐링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에이멘 클리닉’을 설립한 정신과 전문의 대니얼 에이멘 박사는 “빛은 뇌에 매우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밝은 조명이나 스마트폰의 청색광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높이고,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해 몸을 각성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조명을 끄면 신체가 ‘지금은 휴식 시간’이라는 신호를 받아들이며 부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된다”며 “이 과정에서 뇌의 긴장 반응이 줄고, 자연스럽게 안정감을 되찾는다”고 설명했다.
에이멘 박사는 또 “빛을 줄이면 뇌의 ‘위협 감지 시스템’이 약해진다. 시각 자극이 줄면 스트레스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 활동이 낮아지고, 몸과 마음이 모두 느긋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숙면을 위해 “취침 1시간 전부터는 조명을 낮추고, 붉은빛·주황빛 조명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샤워할 때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라벤더·유향 오일을 사용하거나 18~20도의 서늘한 물로 씻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에이멘 박사는 특히 ‘다크 샤워’가 불안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유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상은 집중이 필요한 반면, 어두운 샤워는 단순히 감각을 줄여 몸을 이완시키는 수동적인 안정법”이라며 “불안이 심해 명상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트라우마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두운 환경이 오히려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은은한 조명이나 잔잔한 음악, 향기로운 아로마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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