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의 한 강의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된 이후 다른 강의들에서도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과제나 시험을 수행했다는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면서 대학 내 평가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1일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연세대 게시판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강의평가 게시글 곳곳에는 “AI를 이용해 시험을 쳤다”거나 “GPT로 과제를 작성했다”는 등의 자진 고백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인공지능과 금융공학’을 수강했다고 밝힌 한 학생은 "족보에 있는 것을 GPT 돌려서 형식 정리 후 제출했다"며 “초반에 사람들이 너무 똑같이 내서, 똑같이 내지 말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조금 변형하시길”이라고 적었다.
해당 강의는 100점 만점 중 출석 52점, 주별 과제 12점, 기말과제 36점으로 구성된 비대면 콘텐츠 수업으로 학생 입장에선 AI로 만든 과제만으로 학기 이수가 가능한 구조였다.
사전녹화로 진행되는 ‘데이터마이닝’ 수업의 강의평가에도 AI 사용에 대한 우려가 드러났다. 이 과목은 기말고사 한 차례를 오프라인에서 치른다고 강의계획서에 공개했다. 한 수강생은 "정말로 모두가 코드 작성 과정에서 AI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시험 전에 따로 검사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코딩 환경에 제한을 두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학수학(3)’을 수강한 학생은 "기말은 중간이랑 동일하고 사실상 누가 AI를 잘 쓰는지 대결"이라며 "기말 만점 받은 사람도 있다는데 좋은 AI를 썼나 보다"라고 비꼬았다. 이에 다른 학생은 "(만점 받은 사람이) 진짜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면 억울할 텐데…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남겼다.
이외에도 "개꿀강 그 자체임. 출튀(출석 후 도망) 가능하고, 과제도 걍 GPT 돌리면 됨"(인문학에 길을 묻다), "과제는 중간리포트 기말리포트 있는데 대충 GPT로 때우고 글씨 크기 14로 해도 됨"(반기문과 함께하는 지속가능 발전의 이해), "과제도 지피티랑 같이 독후감만 쓰면 되고 그 외에 로드(부담)가 아예 없어서 좋았다"(거시경제원론) 등 AI를 이용한 과제 대체 경험담이 다수 올라와 있다.
문제가 된 강의 상당수는 사전녹화 동영상 형태의 비대면 수업으로, 교수와 학생이 직접 마주하지 않는 환경이 AI의 부적절한 사용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연세대의 대형 강의(수강생 201명 이상)는 2020년 75개에서 지난해 104개로 1.4배 증가했다. 원격(비대면) 강좌 수 역시 2023년 2학기 34개에서 올해 2학기 321개로 급증하며 대면 수업이 줄고 온라인 강의가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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