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에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수사 지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청 폐지 이후 공소 제기·유지를 담당할 공소청 설립이 ‘초읽기’에 돌입한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 장관은 10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에서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는 등 성공적 수사·재판이었다”며 “다양한 보고를 받았지만, 지침을 준 바 없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 표현을 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에서 첫 보고가 이뤄졌을 때 항소 여부를 신중히 알아서 판단하라고 얘기했고, 두 번째 보고에서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게 있어 법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는 “사건이 이 대통령하고 무슨 관계가 있으냐”며 “이 대통령은 별개로 기소돼서 재판 진행 중이다가 지금 중단돼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이 재판과 관련해서도 법원에서 분명히 대통령과 관련해 어떤 판결 이유에도 설시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이 직접 나서 수사 지휘가 아닌 의견 전달이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이 의사 표현이라며 선을 긋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현행 법률상 명시된 ‘수사 지휘권 발동과 같다’고 지적한다. 절차나 행태만 다를 뿐, 영향력은 같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청법 제8조에서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일선 검사장·지청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에게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상세 설명을 요구한 입장문이 실제로는 정 장관을 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박영빈 인천지검장·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의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이 게시됐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항소 포기를 지시한 경위와 법적 근거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달라’는 게 입장문의 골자다.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같은 날 집단 성명을 내고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과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대검 수뇌부를 향한 이례적 집단 성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법무부가 이를 꺾었다고 볼 수 있다”며 “절차에 의하지 않았을 뿐, 명백한 수사 지휘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신설될) 공소청의 주요 업무가 공소 제기·유지로 항소가 포함돼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공소청이 어떻게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소 제기·유지의 영역까지 정치권이 압력을 넣는 등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한다면 공소청이 제 역할을 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lways@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