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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수 3개大에 1200억 몰아준다…"정치논리 개입 우려는 여전"

[첨단산업전쟁 위기의 대학]

<2>사라진 글로벌 전략-'서울대 10개 사업' 성과예산제 도입

8000억 중 6800억은 9곳에 배정

앵커기업·인재 유치 우수 대학엔

1~3위 순위별로 추가 차등 지급

중앙정부·기업 모두 평가에 참여

지거국마다 예산확보 '발등의 불'

"사후 성과도 반영, 방향 명확해야"

사진 설명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칭)’ 사업에 성과예산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이 사업이 ‘예산 나눠 먹기’로 변질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차등적으로 예산을 분배하는 성과예산제를 도입한다 해도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에서 교육부 등 정부 부처를 압박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교육계에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지방 특화 산학협력 등 차별점을 확실히 찾지 못한다면 결국 지역 거점 국립대의 수명 연장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내년도 기준 연 8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9개 지거국에 차등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8000억 원의 예산 중 6800억 원은 지거국 9곳의 각 학생 수, 필요 연구 시설 유무 등의 여건을 고려해 배정하고 나머지 1200억 원은 지역 앵커 기업 및 우수 교원, 석박사 인재 유치 가능성이 높은 3개 대학에 ‘몰아주는’ 배분 방식을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이른바 ‘성과 예산제’ 방식으로 예산 배분이 이뤄질 것이라 강조하며 대학들의 경쟁력 제고 방안 마련을 압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200억 원을 받도록 선정된 3개 대학 역시 400억 원씩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학과 연계된) 전략산업의 시급성 및 학교의 준비 정도에 따라 1~3위 순위별로 지원금 차이가 꽤 클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지자체 중심으로 대학 성과 평가가 이뤄졌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와 달리 이번에는 중앙정부와 기업이 모두 참여해 더욱 다층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실제 지자체가 직접 대학을 육성 및 지원하도록 한 라이즈는 권역별 라이즈센터가 각 대학의 성과를 모니터링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학과 무관한 지표가 개입되거나 담당 인력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반면 이번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과 관련해서는 교육부 외에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산업통상부 등이 모두 평가에 참여하도록 했으며 각 대학과 연계된 지역 앵커 기업 관계자들의 평판 및 대학 입시 결과 추이 등도 평가지표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지거국들도 예산 확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한국교육개발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5년 기준 4년제 국공립대의 총 수입은 약 3조 1000억 원이며 이 중 ‘정부 이전 수입’은 58.3%가량을 차지한다. 4년제 사립대의 경우 전체 수입에서 정부 이전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정부 예산 지원 규모에 따라 지거국의 경쟁력도 크게 달라진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교당 5년간 최대 1000억 원을 지원했던 이전 정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보다 이번에 대학별 예산 편차가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립대는 전체 수입에서 등록금 비중이 3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예산 확보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엄정한 성과 기반 지원 체계를 만들고 있는 배경에는 지역 특성 및 대학 특화 전략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만 쏟아부을 경우 ‘예산 나눠 먹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한다. 실제 정부가 2014년부터 5년간 2조 9000억 원을 투입해 추진한 ‘대학 특성화사업(CK사업·SCK사업·PRIME사업)’의 경우 투입 재정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상당했다. 감사원 또한 2022년 보고서에서 당시 대다수 대학이 지역사회 수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특성화 사업 지원을 신청했으며 명확한 기준 없이 사업이 진행된 결과 지역 발전에 필요한 우수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은 특성화 학과 가운데 지역사회 수요가 높은 ‘지역 연계 학과’는 839개로 비중이 41.4%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대학이 제출하는 사업 계획을 기반으로 예산 지원 대학을 분류하는 선정 방식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개발원 관계자는 “이 같은 사업 계획 기반 방식은 대학의 행정 부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업 계획서나 사후 결과 보고서 작성 요령과 같은 공모 사업 대응 역량을 과도하게 키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상위 10% 수준의 논문 발간 실적이나 졸업생의 취업률 및 평균 연봉과 같은 사후 성과 수치를 바탕으로 예산 지원 대학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정책 방향을 보다 명확히 해야 실효적인 성과가 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진택 전 고려대 총장은 “해당 정책은 연구 성과에 집중한 대학을 만들 것인지, 서울대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지역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며 “글로벌 연구계에서 서울대조차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 지역별 과기원이 운영 중인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수도권 A사립대 총장은 “지역 정치 논리가 대학 정책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 교육 정책을 보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단독] 우수 3개大에 1200억 몰아준다…"정치논리 개입 우려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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