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70위. 2025년 시즌을 마무리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의 자격이다. 개막전이었던 3월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이후 8개월 간의 대장정을 거치며 최고의 기량을 뽐낸 선수들에게만 출전권이 주어진다.
출전 자격이 한정된 만큼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명예는 그 어떤 대회보다 크다. 최고의 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자부심과 함께 다음 시즌을 힘차게 준비할 수 있는 강한 원동력까지 솟구친다. 2025시즌 KPGA 투어의 마지막 가을 골프 대전. 2025년 한국 남자골프의 왕중왕 타이틀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깊어진 가을, 13회째 이어진 남자 골프 왕중왕전
KPGA 투어 챔피언십은 2025시즌 KPGA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다. KPGA 투어에서 처음 투어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대회가 열린 건 2005년(반도 보라CC 투어 챔피언십)이었다. 이후 2006년과 2008년, 2010년은 하나 투어 챔피언십, 2013~2014년은 헤럴드 KYJ 투어 챔피언십, 2015년은 카이도골프 LIS 투어 챔피언십, 2016년은 카이도코리아 투어 챔피언십, 2017년은 카이도 투어 챔피언십 with 솔모로CC, 2018년은 골프존 DYB교육 투어 챔피언십으로 치러졌다.
KPGA 투어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대회가 열린 건 지난해부터다. 올해는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라는 명칭으로 13번째 결전이 치러진다. 대회 우승자에게는 KPGA 투어 2년 시드, 제네시스 포인트 1000점이 부여된다. 대회 방식은 4라운드 72홀 스트로크플레이, 총상금은 11억 원이다.
KPGA 투어 챔피언십은 기존 KPGA 투어 출전 자격 카테고리인 시드 우선순위가 아니라 최종전답게 시즌 제네시스 포인트 순위 70위 이내 포함된 선수들이 출전해 샷 대결을 벌인다.
또한 시즌 마지막 대회인 만큼 각종 타이틀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무대이기도 하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 동안 제네시스 대상, 상금왕 등 주요 부분의 수상자가 최종전에서 결정됐다. 지난 시즌 4관왕의 주인공 장유빈은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앞서 제네시스 대상을 조기에 확정했다.
2년 연속 ‘환상의 섬’에서 치러지는 남자골프 마지막 승부
KPGA 투어 챔피언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제주에서 열린다. 지난해에는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 올해엔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개최된다.
KPGA가 시즌 마지막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의 무대로 제주를 선택한 건 대회를 통해 제주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알리고 싶어서다.
이 때문에 대회 전반에 걸쳐 제주를 소개하는 각종 부스와 행사들이 가득하다. 지난 대회에서 KPGA는 주요 출전 선수들의 포토콜 촬영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성산일출봉에서 진행했다. 대회 코스였던 제주 서귀포 소재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 장치물에도 제주의 특색을 담았다. 1번 홀과 10번 홀의 티잉 구역에 설치된 보드의 아랫부분과 16번 홀의 홀인원 부상으로 걸린 차량 아래에 돌을 쌓아 ‘돌 많은 고장’인 제주를 표현했다.
선수들에게는 제주의 대표 음식인 돔베고기, 흑돼지 바비큐, 성게 미역국, 귤, 감귤 초콜릿 등을 풍성하게 제공했다. 제주 삼다수를 대회 공식 생수로 지정하기도 했다.
올해는 대회명에 ‘in JEJU(인 제주)’를 넣어 그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 KPGA 측은 “앞으로도 ‘제주와의 동행’을 통해 제주라는 지역 브랜드 가치 제고 및 관광 활성화, 지역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동시에 제주가 ‘대한민국 골프 중심지’이자 ‘국제 골프 도시’로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KPGA 투어 챔피언십 in JEJU는 KPGA 투어 역사상 39번째로 제주에서 열리는 대회다. 제주 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 KPGA 투어 대회는 1990년 오라CC에서 펼쳐진 프로골프 토너먼트. 당시 우승자는 이강선(76)이었다. 이후 롯데스카이힐 오픈, 로드랜드 클래식 등으로 계속된 KPGA 투어 제주 지역 대회는 올해 5월의 SK텔레콤 오픈과 KPGA 클래식을 거쳐 이번 KPGA 투어 챔피언십으로 이어지게 됐다.
38번의 제주 개최 KPGA 투어 대회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쌓은 건 김비오다. 김비오는 2010년 오라CC에서 펼쳐진 조니워커 오픈, 그리고 2012년과 2022년 핀크스GC에서 진행된 SK텔레콤 오픈까지 모두 세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비오에 이어 최상호, 강경남, 김경태가 나란히 2승씩을 거뒀다.
수많은 스토리 탄생했던 2024 투어 챔피언십
KPGA 투어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역사를 시작했던 지난해 대회. 시즌 피날레를 기념하는 대회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2024년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갖가지 스토리가 탄생했다.
첫 번째 스토리의 주인공은 지난해 대회 우승자 이대한(35). 2010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이대한은 15개 시즌 동안 우승 트로피를 만져보지 못했다. 데뷔 초기 시드를 지키지 못해 7년 동안 중국 투어 등을 전전한 그는 2019년부터는 6시즌 동안 KPGA 투어에서 줄곧 뛰었지만 한 번도 상금 랭킹 50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하며 무명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6월 KPGA 선수권대회 공동 2위로 개인 통산 최고 성적을 낸 그는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 상금 2억 2000만 원을 받은 그는 시즌 상금 랭킹 9위(4억 2433만 원)를 차지하며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마감했다. 15년의 고통과 인내를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한 번에 보상받은 순간이었다.
이대한의 우승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신흥 대세’로 불리던 장유빈과 함께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이대한은 9번 홀까지 3타를 줄인 장유빈에 3타 차까지 뒤처져 우승과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10번과 13번, 14번 홀(이상 파4)에서 1타씩을 줄이는 투지를 발휘하며 14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장유빈에 1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승부처는 15번 홀(파4)이었다. 장유빈이 두 번째 샷을 페널티 구역으로 보낸 이후 습지에서 볼을 무리해서 쳐내려다 1m쯤 전진하는 데 그친 끝에 더블 보기를 적으면서 이대한이 단숨에 1타 차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이대한은 16번과 17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우위를 이어갔다. 치열했던 승부는 18번 홀(파4)에서 끝이 났다. 장유빈이 티샷을 OB 구역으로 보내며 무너졌고 결국 트로피는 이대한의 차지가 됐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이대한은 캐디로 동반한 아버지와 포옹하며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제대로 누렸다.
이 대회를 공동 2위로 끝낸 장유빈은 우승은 놓쳤지만 2024년 주요 부문 4관왕을 확정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써냈다. 이 대회에 앞서 제네시스 대상 수상을 확정 지었던 장유빈은 상금(11억 2904만 원), 평균타수 1위(69.40타), 다승 공동 1위(2승) 타이틀을 석권했다. 대상과 상금, 평균타수, 다승 1위를 싹쓸이한 건 1997년 최경주, 1999년 강욱순, 2007년 김경태, 2009년 배상문에 이어 역대 5번째이자 15년 만이었다.
또 다른 역사가 탄생할 전장…곶자왈 품은 테디밸리
제주도의 원시림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을 합친 지명이다. 용암이 분출돼 흐르며 남긴 현무암 사이로 식물이 자생하며 형성된 원시림이다. 용암이 만들어 놓은 공기 통로와 요철형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같은 곶자왈 내에서도 다른 기후 환경이 이뤄져 남방계 식물과 북방계 식물이 함께 관찰되는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테디밸리가 세워지기 전 곶자왈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곶자왈 내 석재를 모두 파간 뒤 폐허만 남은 폐채석장의 앙상한 모습만 남아있던 것. 테디밸리는 2007년 곶자왈 복원을 중점으로 골프장을 완성했고 지금의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자리를 잡게 된다. 국내 1세대 골프코스 디자이너이자 프로골퍼 출신 김학영이 설계를 맡은 테디밸리는 미국에서 유명한 환경 복원 전문가를 초빙해 곶자왈을 복원했다. 또한 다리를 나무로 만들어 기존 곶자왈 위로 올리는 등 생태계의 지속적인 보전이 가능하게끔 심혈을 기울였다.
테디밸리는 가을과 겨울에도 초록색의 양탄자같이 푹신한 페어웨이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이 같은 코스 컨디션 유지가 가능한 비결은 ‘오버 시딩’이다. 추가 파종을 뜻하는 오버 시딩은 잔디가 자라고 있는 지면에 잔디씨를 뿌리는 것을 말한다. 생장 시기가 서로 다른 품종의 잔디씨를 뿌려 잔디 밀도를 높이고 푸른빛을 향상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테디밸리는 매년 9월 중순에 오버 시딩을 한다.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난지형 잔디(버뮤다 그래스)의 동절기 휴면에 대비해 서늘한 기후에 강한 한지형 잔디(라이 그래스)의 씨를 덧뿌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계절 모두 잔디의 밀도가 높고 푸르른 코스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테디밸리 내에는 71실 규모의 특급 호텔 머큐어 앰배서더 제주가 자리하고 있다. 테디밸리는 전세계 110개국, 5000여개 호텔, 40개의 레지던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아코르와 손을 잡고 호텔을 건설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단순히 숙박을 넘어 문화, 웰빙, 공동 작업에 음식과 음료를 결합해 새로운 방식으로 생활하고 일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호텔 건립을 기획했다.
아코르의 여러 브랜드 중에서 테디밸리가 택한 것은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 800개 이상의 호텔을 보유한 머큐어다. 제주도내 최초의 아코르 앰배서더 호텔인 셈. 아름다운 제주의 전경을 마주할 수 있어 다양한 타입의 객실을 갖췄다. 사계절 운영되는 야외 TVGR 인피니티 온수풀 및 호텔 내 TVGR 라운지, 피트니스 센터, 요가 룸, 가라오케 등의 부대시설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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