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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땐 술 중독…무료상담 몰두 '자기증오' 벗었죠"

◆홍성남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사목 활동중 알코올중독 자살 결심

마음공부 통해 '내면의 폭군' 깨달아

같은 처지 사람 도우려 상담소 개설

생산적 일 몰입이 중독 끊는 해결책

기성 종교, 지나치게 높은 윤리 강요

자기강박 경계하고 의미있는 일 찾길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인 홍성남 신부가 3일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면의 폭군’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저와 마찬가지로 우울증에 빠졌다가 자살까지 고민하는 분들의 심리는 자기 스스로를 미워하는, 즉 ‘내면의 폭군’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끝까지 사랑하면 폭군에게서 모두 벗어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을 맡고 있는 홍성남 신부는 3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출간한 책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 죽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책은 홍 신부 스스로 무기력증과 알코올중독에 빠져 자살까지 결심했던 과거에 대한 일종의 고해성사다. 그는 40대 중반의 나이, 본당 신부로 사목 활동을 하던 시기에 불현듯 찾아온 무기력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신자들에게 해준 이야기가 과연 도움이 될까’ ‘내 기도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과 함께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데 신자들을 속이는 건 아닐까’라는 자책감마저 들었다.

홍 신부는 한동안 담배와 술에 빠져 살았고 더 이상 종교인으로서 신자들 앞에 서기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런 홍 신부를 바꿔 놓은 건 우연히 찾은 한 신부님과의 상담이었다. 상담에서 ‘그렇게 죽고 싶은 건 나 스스로를 미워해서 그런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내 마음을 알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열등감과 불안감으로 스스로를 학대하는 폭군의 노예로 오랫동안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마음 공부에 대한 열정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로 이어졌다. 홍 신부는 “2013년 처음 문을 연 상담소는 명동성당 무료급식소인 명동밥집도 무료인데 상담소도 무료로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나와 같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알코올중독에 빠진 홍 신부는 꼭 종교적인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생산적인 일에 몰입했을 때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심리 상담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서 술과 담배를 멀리하게 됐다”며 “맑은 정신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때 묘한 희열을 느낀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이어 “도박·알코올·약물은 내 삶이 밋밋할 때 짜릿함을 위해서 찾게 되는 존재”라며 “중독을 끊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삶이 생산적인 것에 몰입했을 때 가능하다”면서 스스로의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을 찾거나 남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인 홍성남 신부가 최근 출간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홍 신부는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복싱 샌드백을 소개했다. 구입한 지 벌써 15년이 다 돼간다는 샌드백은 재개발 현장에 있던 본당에서 주임신부로 근무하던 중 구입하게 됐다. 노인 등 신도들이 길거리로 내쫓기는 상황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도 어찌할 방도가 없어 너무 화가 났는데 화풀이용으로 샌드백을 사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며 “그때는 철거 업체 사람들의 이름을 써 놓고 매일 같이 두들겨 팼는데 지금도 기도나 명상으로 해결이 안 될 때는 이름을 써 붙여 놓고 분노를 해소한다”고 미소 지었다.

홍 신부는 건강한 신앙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강박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교적으로 지나친 윤리성과 절제된 삶을 강조할 경우 자기 강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는 자기를 학대하도록 하는 교육이 많은데 종교도 마찬가지”라며 “‘마음을 비워라’ ‘욕망을 끊어라’ ‘죄를 짓지 말라’처럼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들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걸 지키지 못하는 신자들은 ‘굳센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자기 강박에 빠져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오히려 종교적으로 완벽한 신앙을 추구하는 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성 종교들이 신자·신도들에게 요구하는 신앙관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미다.

홍 신부는 “상담소를 찾아오는 이들은 그래도 건강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아직 피지 못한 한 송이의 꽃이 있습니다. 우리 삶의 목적이기도 하지요. 꼭 장미나 백합이 아니더라도 꽃이라는 자의식을 갖고 자신만의 꽃이 화려하게 만개할 때까지 노력하는 삶을 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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