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종차별 정책을 화해와 용서로 극복한 고(故)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최남단에 있는 희망봉의 나라이자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무지개 나라이기도 하다. 오늘날 남아공은 30여 년의 민주화 과정을 거쳐 산업화와 경제 도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남아공은 1992년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했으나 실제 우호 관계는 지금으로부터 75년 전 한국전쟁 당시 남아공의 공군 전투 비행 대대 파병으로부터 시작됐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내 우리의 최대 무역 상대국 중 한 곳이자 백금족·망간·크롬 등을 보유한 핵심 광물 공급망 관련 주요 협력국이다. 우리가 선진 기술을 보유한 원전·그린수소·발전소 정비 분야의 협력은 남아공 에너지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그만큼 상생 협력의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양국 방문객 수는 점차 늘어 지난해 2만 5000여 명을 기록했다. 특히 매년 1300여 명의 남아공 청년들이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활동하면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영어 교사의 소감처럼 남아공 청년들은 짧은 시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역동적인 한국을 체험하면서 남아공의 미래를 새롭게, 그리고 내일을 향한 희망을 차곡차곡 쌓으리라 생각된다.
날로 가까워지는 양국 관계에는 K컬처의 힘이 컸다. 특히 올해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현지 한국 식품 마트에서는 K드라마에 나온 K푸드의 인기가 높고 한국문화원에서 운영하는 K푸드 요리 강좌는 현지 셰프들이 줄지어 수강하고 있다. 또 남아공 주요 대학 내 K팝 동아리 운영이 활발히 이뤄지고 현지 개원한 K댄스 학원 수강생도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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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남아공에 올해 들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23일 남아공이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주제는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이다. 남아공은 이 세 가지 개념을 아우르는 핵심 의미를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는 뜻의 우분투(Ubuntu)로 소개한 바 있다. 우리는 2010년 아시아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위상을 높인 바 있다. 남아공 역시 G20 정상회의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과는 물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도 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앞서 9월 6일에는 8500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에서 K팝 스타 에일리와 K타이거즈 태권도 공연, 한복 패션쇼를 개최해 남아공을 향한 우리의 진심 어린 성원을 전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우분투 정신과 우리의 전통적인 상생 정신이 맞닿아 있음을 체감하며 남아공이 미래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염원했다.
세계지도를 돌려서 보면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남단이 아닌 대륙을 여는 관문임을 알 수 있다. 서로 공감하고 성원하는 양국 우호 관계 위에 개최되는 이번 남아공 G20 정상회의가 한국과 남아공뿐 아니라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세계로 향하는 실용 외교 구현을 위한 뜻깊은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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