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 확정되는 퍼트를 준비하는 김재호(43·우성종합건설)의 눈은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2008년 데뷔해 18개 시즌 내내 꿈꿔왔던 순간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마침내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김재호는 이내 아버지인 김용희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의 유니폼을 갖춰 입고 아내, 딸과 포옹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김재호는 2일 경기 여주의 페럼클럽(파72)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총상금 10억 원)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합계 2언더파 286타를 적어낸 김재호는 황중곤, 최진호, 이유석과 함께 동률을 이뤄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홀로 버디를 잡아내며 파에 그친 세 선수를 제치고 우승 상금 2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데뷔 18년차를 맞이한 김재호는 그동안 정규 투어 209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12년 KPGA 선수권대회 공동 2위와 2019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준우승이었다. 올해는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10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3라운드까지 옥태훈과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며 우승 기회를 노렸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마지막 17번 홀(파4)까지 공동 선두 그룹에 1타가 뒤졌지만 마지막 18번 홀(파5) 버디로 동률을 만들어 내며 연장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첫 번째 연장전에서도 김재호는 침착했다. 세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버디를 따내 파에 그친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울러 1982년 1월생인 김재호는 올해 KPGA 정규 투어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종전에는 6월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숀 노리스(남아프리카공화국·1982년 5월생)였다.
경기 후 김재호는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을 아예 못해서 소감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며 “그저 모든 게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적이 있다. 체력은 괜찮았는데 집중력이 젊은 선수들을 따라가지 못하겠더라. 그것 때문에 한동안 힘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승 기회를 놓칠 때마다 편하게 하라는 주위의 조언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욕심을 크게 버리고 플레이에 집중하니 더 나은 플레이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버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한 것에 대해서는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고 내 캐릭터를 ‘낭만’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서 입게 됐다. 아버지께서 평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해라. 야구 선수들은 더 열심히 한다'고 격려해주셨다. 제가 유니폼을 입고 나온 것도 아마 모르고 계셨을 것”고 했다.
데뷔 후 오랜 기간 유일한 목표였던 첫 승을 이룬 김재호는 최종 목표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나 아시안 투어의 시니어 투어 진출을 꼽았다. 그는 “제 친한 동료 선수들에게는 평소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에 가는 게 목표라고 얘기했다. PGA 챔피언스투어로 가는 퀄리파잉스쿨이 없어졌다고 해서 목표 달성이 좀 어려워지긴 했지만 죽을 때까지 골프 선수를 할 수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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