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대전 서구 갑천생태호수공원 수변광장에는 가벼운 옷차림을 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나온 부부, 할머니와 팔짱을 낀 손녀, 반려견의 목줄을 잡고 나온 중장년 등 여러 시민들이 광장으로 속속 집결했다. 무대 위 사회자가 “오늘 이곳에 오신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죠?”라고 묻자, 참가자들은 큰소리로 일제히 “안전이요”라고 답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약 500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도시숲사랑 캠페인 달팽이마라톤’이 열렸다. 달팽이마라톤은 도시에 조성된 숲을 천천히 걸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생물다양성과 탄소흡수 등 도시숲의 가치도 알리기 위해 서울경제신문과 산림청이 매년 주최하는 행사다. 11회째인 올해는 대전시가 공동 주최 기관으로 참여했다.
행사가 열린 갑천생태호수공원은 ‘신상 핫플레이스’다. 9월 27일 문을 연 뒤 도심 속 휴식과 여유를 즐기려는 대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도 주말을 맞아 화창한 가을 날씨와 도시숲의 매력을 만끽하려는 참가자들로 현장은 들뜬 분위기였다. 사회자가 ‘안전’을 당부하고 준비운동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호숫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 중 약 2㎞를 걸었다.
산책로 곳곳에는 ‘목재 환경은 아토피 피부와 천식을 개선해 줍니다’ ‘도시숲은 선풍기 5대를 1년 내내 돌린 만큼 시원해집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배너가 설치돼 도시숲에 관한 이해를 도왔다.
인근 세종시에서 온 박준호(37) 씨는 “달팽이마라톤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두 딸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며 “평소 세종호수공원에 많이 가는 편인데, 이곳 역시 산책하기에 좋고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많아 가끔 찾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킥보드를 타고 아빠와 함께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본 박유준(6) 양도 “날씨도 좋고, 아빠랑 동생이랑 시간을 보내서 더 좋았다”며 웃었다.
반려견 ‘뻑뻑이’와 공원에 나온 김명숙(58) 씨는 “집에서 다소 거리가 있지만 공원이 잘 조성돼 때때로 산책하러 나온다”며 “오늘따라 날씨가 정말 좋고 바람도 선선해 산책로를 따라 걷기에는 최고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각종 부대행사도 관심을 모았다. 글자, 액자 등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디자인해 사진 촬영 등에 활용하는 토퍼 만들기와 목공 체험 부스는 직접 제작해 보려는 이들로 붐볐다.
산림청은 현장을 찾은 시민에게 ‘목생(木生) 2막’의 중요성을 알렸다. 은퇴 후의 삶을 잘 보내려면 ‘인생 2막’ 설계가 필요하듯이, 나무가 베어진 뒤에도 허투루 버려지지 않고 잘 쓰이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종이·휴지·식탁·가구 등은 모두 나무로 만드는데, 이동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수입 목재 대신 국산 목재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도시숲의 가치가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에 조성된 숲은 여름 한낮 평균 기온을 3~7도 낮추고 습도는 최대 23% 높여주는 등 기후 완화에 기여한다. 자동차의 소음을 75%가량 줄여주며 미세먼지의 25.6%가 감소하는 효과도 있다. 도심에 조성한 숲은 무엇보다도 시민을 위한 최고의 휴식 공간으로서 심리적 안정 효과를 준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김인호 산림청장은 “도심에 새롭게 조성된 공원의 산책로를 걸으면서 숲의 매력을 느끼고 사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동영 서울경제신문·서울경제TV 대표는 “도심에서 산책하며 숲을 즐기고 자연과 호흡하기 위해 참가하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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