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장에서 태극기 앞에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0일 경북 경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장 입장 직후 이재명 대통령과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마친 뒤, 회담장 왼편 태극기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일장기에도 목례했다. 회담 상대국 국기에 목례를 하는 것은 통상 정상회담에서는 보기 드문 행동으로, 한국에 대한 존중심을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9일 만에 열린 이번 회담은 오후 6시2분부터 41분간 진행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양 정상은 우려와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박철현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일본 언론은 다카이치 총리가 한국 국기 태극기에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일본 현지 온라인에서도 다카이치 총리의 태극기 목례가 화제가 됐다. 야후 재팬에서 한 누리꾼은 “자국, 외국과 무관하게 국기에 경의를 보이는 자세는 당연한 일"이라며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반한파’로 여겨지는 다카이치 총리의 행동이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어찌 보면 매우 좋은 일”이라며 “일본과 한국의 관계 발전을 기대한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도 “일본 국기를 소중히 여긴다면 다른 나라 국기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카이치 총리라면 당연히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다카이치 총리는 보수 강경파지만 달리 보면 국가의 주권을 굉장히 중요히 여긴다고 볼 수 있다”며 “일본의 국가 주권을 중요시하는 만큼 다른 나라의 국가 주권도 중시한다는 얘기”라는 해석을 내놨다.
다카이치 총리는 극우 성향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22년 극우 단체 주관 심포지엄에서 당시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겨냥해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 것”이라며 한국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해 한일·한미일 공조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금의 전략 환경 아래 일한 관계, 일한 간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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