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을 수수하거나 성폭력 범죄, 음주운전 등 범죄를 저질러 감봉 이상의 중·경징계를 받아 대민접점부서 배치에 제한이 걸린 경찰관 중 절반가량이 규정의 취지에 반해 여전히 일선 현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회에서는 예외 규정 없이 성범죄 등으로 감봉 이상 징계를 받은 경찰공무원을 현장에서 원천 배제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긴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민부서 배치 제한을 받은 경찰공무원 860명 중 42%에 달하는 357명이 예외 규정의 적용을 받아 대민부서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민의 불안감을 야기시킬 수 있는 성폭력 범죄 징계 경찰관 377명 중 170명은 지구대나 파출소 등 일선 현장에 배치돼 있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369명의 경찰관 중 170명,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해 징계를 받은 114명 중 17명도 여전히 시민의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중이다.
경찰공무원 인사운영규칙 제50조는 ‘경찰서장은 지역경찰관서·교통외근 등 대민접점부서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금품·향응 수수 △성폭력 범죄 및 성희롱 △음주운전 등 비위로 감봉 이상의 징계 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사람은 가급적 대민접점부서에 배치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경찰관들이 제한 없이 일선 부서에 배치되고 있는 것은 ‘예외 규정’ 때문이다. 경찰인사운영규칙은 원칙적으로 징계자에 대한 대민 부서 배치를 제한하지만 ‘다만, 인력운영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전보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배치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경찰이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탓에 인력 운영에 공백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징계자에 대해 심사를 요청하면 사회적으로 대형 논란이 될 만한 사건을 일으키지 않은 이상 별다른 이견 없이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특히 현장 실무 계급으로 분류되는 순경과 경사·경장 계급의 경우 정원 대비 현원이 절반 수준에 불과해 예외 규정의 일반화가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징계를 받을 만큼 중대한 비위를 저지른 경찰공무원에게 시민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경찰관이 교통 외근에 나가 음주운전자를 단속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이 지역으로 가 각종 여성·청소년 관련 수사나 112 신고 대응을 하는 행위 자체가 어불성설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기준을 강화해 대민접점부서별 업무 특성에 따라 특정 비위에 대해서는 원천 배제되도록 예외 적용 기준을 구체화해 예외 규정 남용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관서별 인사 담당자가 대민부서 배치 제한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사관리시스템 고도화도 추진한다. 대상자를 조회할 시 인사 기본정보란에 대민부서 배치 제한 여부와 기간이 나타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내년 상반기 경찰 정기 전보인사 시 이러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내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경찰공무원 인사운영규칙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비위 경찰관 현장 배치 제한과 관련한 부분을 규칙이 아닌 법안으로 못박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규정은 경찰에서 만든 규칙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인사 운용 유불리에 따라 자체적으로 계속 개정할 수 있기 때문에 대민부서 배치 제한이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위성곤 의원은 “중대한 비위를 저지른 경찰을 시민과 가장 가까운 대민접점부서에 다시 배치하는 것은 국민 신뢰를 극도로 훼손하는 일”이라며 “내부 규정은 언제든 완화 및 변경될 수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 특히 성범죄 징계 이력 경찰관은 법적으로 대민 업무 배제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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