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대북 제재 완화라는 유화책을 또 내밀었다. 과거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지만 북미 회동의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외교가에서는 북미 간 ‘깜짝 접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김 위원장에게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에게는 제재가 있다. (논의를) 시작하기에는 꽤 큰 사안”이라며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래 대북 제재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선 이후부터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그럼에도 북한이 움직이는 기미가 없자 대북 제재 완화를 시사하며 대화 개시를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김 위원장)가 만나고 싶어 한다면 바로 그쪽(북한)으로 갈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필요하다면 아시아 순방 일정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본인이 직접 방북할 의향까지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부터 말레이시아·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29~30일에는 국빈 방한한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논의를 배제할 경우 북미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제재 풀기에 집착해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제재 완화’만 가지고는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공식적 목표로 내세우고 있어 의견 차가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핵화 포기 없는 대북 제재 완화 카드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과거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군사·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는 대가로 군사·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탈취해 중국에서 세탁한 가상화폐를 무기 개발 등에 투자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한 점도 눈에 띈다. 양측의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미 회담과 관련해 러시아에 양해를 구했을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최 외무상의 방러 둘째 날 푸틴과의 만남은 상당히 빠른 것이며 북측의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최 외무상의 방러는 북미 대화를 앞둔 양측 간의 의사소통이 핵심 목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우리 정부는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8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에 대해 “오늘이나 내일 중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정도 통해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며 “이번에 판문점 회동이 이뤄지려면 오늘내일 사이에는 북쪽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북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며 “어떻게든 열리게 된다면 충분히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저희가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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