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볼을 똑바로 굴려야 한다. 임팩트 때 페이스를 타깃과 직각 상태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시계 진자를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처럼 좌우로 일직선을 따라 움직이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움직임은 그러하지 못하다.
어떤 골퍼들은 스트로크를 일직선에 가깝게 하지만, 어떤 골퍼들은 원호(아크)를 그리기 때문에 페이스가 열렸다가 다시 직각으로 돌아오며 임팩트를 맞게 된다. 타이거 우즈의 스트로크도 아크를 그린다. 핑골프의 경우 아크의 각도가 3.5도 이내이면 스트레이트, 3.5~7.5도 범위면 슬라이트(slight·약간 또는 보통), 7.5도 이상은 스트롱 아크로 규정하고 있다.
스트로크 궤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퍼터의 길이, 그립의 사이즈, 퍼터의 밸런스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퍼터 밸런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많은 골퍼들은 퍼터 밸런스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상당수 골퍼들에겐 퍼터 밸런스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한 면도 없지 않다.
토가 지면 향하면 ‘토 행’, 페이스가 하늘 보면 ‘페이스 밸런스드’
퍼터 밸런스란 퍼터가 가진 고유의 균형 상태를 의미한다. 아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양손의 검지로 샤프트를 받쳐 든 상태에서 퍼터 헤드가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는지 보면 된다. 또는 책상 위에 퍼터를 샤프트만 걸치게 올려놔도 된다.
헤드의 바깥쪽인 토가 지면을 향하고 있으면 토 행(toe hang), 페이스가 하늘을 향하고 있으면 페이스 밸런스드(face balanced) 퍼터라고 부른다. 토 행과 페이스 밸런스드의 중간은 미디엄 토 행이라고 한다. 최근 유행하는 제로 토크 퍼터는 대부분 토가 하늘을 향하는 토-업 밸런스다. 핑이 제로 토크 퍼터에 대안으로 제시한 온 셋 퍼터는 토가 지면으로 15도 정도 내려간다.
퍼터마다 밸런스가 다양한 이유는 헤드와 샤프트의 연결 부위인 네크의 디자인이나 휘어진 정도, 꽂힌 위치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이트 골퍼에게는 페이스 밸런스드 퍼터가 적합하고, 스트롱 아크 골퍼에겐 토 행 퍼터가 알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퍼터 밸런스와 스트로크의 상관관계가 이론과 어느 정도 일치할지 궁금했다. 핑 본사 피팅 스튜디오에서 이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핑을 선택한 이유는 핑이 하나의 장르가 된 앤서 퍼터를 비롯해 힐-토 밸런스 이론 등 현대 퍼터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핑의 아이핑(iPing) 퍼터 앱이 깔린 아이폰을 퍼터에 부착한 뒤 3m 퍼팅을 다섯 번만 하면 스트로크 형태, 임팩트 각도, 라이 각도, 템포, 샤프트 기울기 등에 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서였다.
스트레이트에는 페이스 밸런스드, 아크엔 토 행 적합
우리는 토 행, 페이스 밸런스드, 그리고 중간인 미디엄 토 행 퍼터 3종류로 실험을 했다. 스트로크가 스트레이트 형태인 참가자 A는 토 행 퍼터를 사용했을 때 임팩트 페이스 각도가 0.7도 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엄 토 행 퍼터로는 0.2도 열림, 페이스 밸런스드 퍼터로는 직각 상태인 0도가 나왔다.
슬라이트(보통) 아크 형태인 참가자 B의 임팩트 페이스 각도는 토 행 퍼터일 때 0.4도 열림, 미디엄 토 행일 때는 0.1도 열림, 페이스 밸런스드 퍼터에선 0.4도 닫힘으로 나타났다.
참가자 A(스트레이트)는 페이스 밸런스드, 참가자 B(슬라이트 아크)는 미디엄 토 행 퍼터를 사용할 때 가장 이상적인 임팩트 각도를 보여 퍼터 밸런스 이론과 실제가 일치했다.
핑에서 피팅을 담당하고 있는 조승진 차장은 “밸런스에 따른 페이스 각도를 보면 참가자 A는 최대 0.7도, 참가자 B는 최대 0.8도 차이가 났다”며 “임팩트 순간의 작은 차이가 퍼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고 했다.
핑 테크팀의 우원희 팀장은 “퍼팅은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피팅 이론과 실제의 괴리도 자주 발생한다”며 “임팩트 각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밸런스 외에도 샤프트 길이, 그립 두께 등 여러 요소가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피팅을 통해 최적의 퍼터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나는 내 스트로크에 적합한 특성의 퍼터를 사용하고 있는 걸까. 이번 호기심 해결소의 결론은 이렇다. 양 손가락에 퍼터를 한 번쯤은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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