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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보물 지킨 7인 '컬렉션'…간송으로 이어지다

■간송미술관 가을 기획전 '보화비장'

갯즈비·민영익 등 1세대 수장가

서화·서예·도자 작품 40점 공개

간송이 1937년 존 갯즈비 컬렉션을 확보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국보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사진 제공=간송미술문화재단




어미는 양손으로 새끼를 품에 꼭 안고 새끼는 손을 들어 어미의 뺨을 어루만진다. 아이 손바닥 크기의 작은 작품인데 아무리 봐도 도통 질리지 않는다. 원숭이 모자의 사랑을 표현한 단순하고 절제된 조형미, 머리 구멍으로 물을 담도록 한 실용적 기능, 고려청자 특유의 은은한 푸른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작품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은 고려 문화의 품격을 담은 걸작으로 인정받으며 1992년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12세기 제작된 이 청자 연적이 국보가 되기까지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우리 보물들은 약탈과 파괴에 노출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 격동의 시대에 우리 보물을 지킨 사람들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한 이른바 ‘컬렉터’들이었다. ‘문화보국’의 신념으로 고미술품을 수집한 간송 전형필(1906~1962)이 대표적인 인물이지만 사실 간송은 ‘2세대 수장가’에 가깝다. 일제강점기 초반 경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근대 미술 시장을 주도한 탁월한 감식안의 선대 수장가들이 있었고 간송은 이들의 주요 컬렉션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며 오늘날 ‘간송 컬렉션’을 완성했다.

국보로 지정된 12세기 걸작 '청자기린유개향로(왼쪽)'와 '청자오리형연적'. 사진 제공=간송미술문화재단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역시 영국 출신 변호사로 일본에 머물던 존 갯즈비의 ‘고려청자 컬렉션’에 포함됐던 작품이었다. 1937년 갯즈비는 세계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고국 귀환을 위해 자산 처분에 나섰는데 이때 간송이 일본 도쿄로 직접 건너가 ‘갯즈비 컬렉션’ 20점을 품에 안고 고국으로 돌아온다. 이중 4점은 국보, 3점은 보물로 지정됐다.

간송이 수집한 보물들과 그에 얽힌 비화들을 함께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기획전 ‘보화비장 :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근대 수장가 7인의 컬렉션을 한 자리에 선보인다. 갯즈비를 비롯해 민영익, 오세창, 안종원, 이병직 등 간송 이전에 활약했던 1세대 수장가 7인의 수장품 총 26건, 40점이 공개된다.

추사 김정희 특유의 호방하고 자유로운 서체가 일품인 ‘대팽고회’는 ‘최고의 반찬은 두부·오이·생강·나물이고,가장 좋은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가 함께하는 자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진 제공=간송미술문화재단


놓쳐서는 안될 백미로는 갯즈비 컬렉션의 국보 도자들이 꼽힌다. 국보인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청자기린유개향로’ ‘청자오리형연적’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등이 나란히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일품이다.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뜬 해인 1856년에 쓴 만년의 걸작 ‘대팽고회(大烹高會)’도 놓치기 아쉽다. 중국 한나라 때 서체인 예서로 쓴 두 폭의 대련(짝을 이루는 두 구절)은 이병직의 수장품을 간송이 1937년 경매를 통해 확보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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