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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 피아노 연주…뉴럴링크까지 넘보는 ‘뇌과학 굴기’

['AI 산업 메카' 항저우 가보니]

혁신 창업단지 '미래과학성' 기반

인재 데려와 10년 장기 투자 지원

13년만에 기업 114배·매출 54배

브레인코 등 '육소룡'으로 거듭나

기술 자립·경제 부흥 모델로 부상

2027년 AI 기업 3000개 전망도

최근 기자가 찾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공지능(AI) 타운’에 자리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업 브레인코에서 오른쪽 팔에 의수를 장착한 직원이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김광수 특파원




이달 2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의 관광 명소 서호에서 차로 30분쯤 달리니 빌딩 숲 사이로 ‘항저우 인공지능(AI) 타운’이 눈에 들어왔다. 2011년 항저우시가 조성한 ‘미래과학성’ 안에 AI 혁신 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중국 최초로 만든 곳이다. 건물 2층에 위치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업 브레인코가 마련한 전시관에는 로봇 팔과 다리가 장착된 의수와 의족, 머리띠 모양으로 뇌파를 측정하는 제품들이 방문객을 맞았다. 장애인의 의수 체험을 위해 센서가 달린 팔찌를 팔뚝에 차고 손을 쥐었다 펴는 동작을 하자 센서와 연결된 로봇 손이 이내 손가락 하나하나 접혔다 펴기를 반복했다. 한쪽 팔이 없는 직원이 의수를 착용하고 자유롭게 피아노를 연주했고 양쪽 팔이 없는 다른 직원은 붓글씨를 유려하게 쓰는 모습을 선보였다. 모두 뇌파를 인지한 신경세포의 자극을 통해 로봇 손이 작동해 가능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와 자웅을 겨루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브레인코는 2015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한비청이 동료 중국 유학생들과 창업했다. 브레인코는 한창 기술 개발에 매진하던 2018년 항저우시 공무원이 사무실로 찾아온 후 항저우행을 결심했다. 항저우시는 브레인코를 중국이 꼽은 7개 차보쯔(중국의 자립을 억누르는 기술) 분야의 하나인 ‘뇌과학’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선도할 기업으로 일찌감치 점찍었다. 이후 그를 직접 찾아가 항저우 AI 타운으로 본사를 옮길 것을 요청했다. 상하이·선전 등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은 한비청은 항저우시의 삼고초려에 가까운 설득과 뇌과학 분야에 대한 열정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보스턴까지 날아와 설득한 곳은 항저우시가 유일했다”고 회고했다.

브레인코는 2018년 항저우 AI 타운으로 본사를 옮기고 항저우를 대표하는 6마리 작은 용(육소룡)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이 됐지만 창업 초기에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이때 항저우 혁신펀드는 10년간 장기 투자를 약속했고 브레인코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브레인코는 물론 유니트리·딥시크 등 다른 육소룡 기업들 역시 항저우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장기 투자로 현재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항저우 창업 혁신의 역사는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허허벌판에 가까웠던 위항구 일대에 ‘미래과학성’이 들어서면서부터다. 해외 고급 인재를 위한 국가급 혁신창업단지가 들어선 후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이곳의 등록 업체는 114배 증가했고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54배로 늘었다. 인재들의 유입으로 핵심 인력도 8배 증가했다. 상장에 성공한 기업도 22개로 늘었다.

항저우시 정부와 함께 창업과 혁신을 도모하는 곳은 저장대다. 저장대와 항저우시가 협력해 조성한 ‘저장대 동문기업 경제단지’는 졸업생들의 창업을 지원해 지역 경제와 전략산업 발전을 이끄는 대표 모델이다. 저장대 출신들이 설립한 기업들만 해도 현재 상장사 327개, 유니콘 33개, 미래 유니콘 337개 등으로 성장했다. 육소룡 중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딥로보틱스 창업자 주추궈가 모두 저장대 출신이다. 산학연이 뭉쳐 일궈내고 있는 항저우시 소재 AI 기업은 지난해 569개에서 2027년 3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AI 산업을 항저우가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항저우시 모델은 23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결정한 제15차 5개년(2026~2030년) 계획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4중전회는 향후 5년간 중국의 최우선 과제로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통한 경제 부흥을 내세웠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에 맞설 중국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끄는 첨단 기업들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항저우시는 2011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이 7035억 위안(약 142조 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2억 1900만 위안(약 442억 원)으로 3배나 뛰었다. 지난해 항저우시 1인당 GDP는 17만 3900위안(약 3500만 원)으로 베이징 등 1선 도시와 비슷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중전회를 통해 천명한 중진국 수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저우시 미래과학성 내 ‘항저우 인공지능(AI) 타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I는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의 중요한 원동력이며 차세대 AI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와 관련된 전략적 문제이다”라고 발언했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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