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외국인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하는 사례가 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는 아예 연락 자체를 끊어 HUG가 대신 변제해 준 후에도 채권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외국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보증사고는 103건, 피해 금액은 24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HUG가 대위변제한 건수는 67건, 금액은 160억원이었다.
HUG가 올해 9월까지 외국인 임대인으로부터 실제 회수한 채권은 3억3000만원으로, 전체의 2% 수준에 그쳤다. 이들의 국적은 중국이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인 임대인들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채권액은 약 84억5000만원이었다.
이어 미국 8명(53억1000만원), 캐나다 2명(7억6000만원), 일본 2명(4억6000만원), 네팔 1명(2억6000만원), 필리핀 1명(1억5000만원), 태국 1명(1억20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외국인 임대인이 보증사고 후 출국해 버리면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HUG는 이달 초 채무자 43명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 중 절반이 넘는 22명은 수취인 불명 등으로 법원의 지급명령 서류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결국 공시송달로 처리된 상태다. HUG와 연락이 닿은 건 6명에 불과했으며, 모두 자금 부족을 이유로 상환이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HUG가 외국인 임대인 채권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캐나다 국적 임대인은 2022년 11월 임차인에게 전세금 1억1500만원을 돌려주지 못해 HUG가 2023년 1월 대위변제를 진행했다. 이후 해당 주택이 경매에 부쳐져 8700만원이 회수됐지만, 여전히 잔액이 남아 있다. HUG 규정상 채무자의 재산을 즉시 조사해야 하지만, 이 절차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김희정 의원은 “외국인 임대인의 국적, 비자 종류, 체류 기간 등 정보를 공개하고 보증금 일부를 은행 등 제3기관에 예치하게 해야 한다”며 “또한 보증사고를 내고도 변제하지 않은 경우 출국을 제한하는 등 제도를 적극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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