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사법 개혁 속도전에 나서자 국민의힘이 “독재의 시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원내에서 뚜렷한 법안 저지 수단이 없는 ‘소수 야당’ 국민의힘은 여론전을 중심으로 총공세를 펼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침탈 긴급토론회’를 열고 민주당이 발표한 ‘5대 사법개혁안’의 문제점을 정조준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대한민국 체제 전쟁의 마지막 퍼즐을 위한 ‘사법 침탈’을 드디어 선언했다”며 “여당은 ‘개혁안’이라고 부르지만 저희는 ‘5대 사법 해체안’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한때 중남미에서 민주주의를 선도하던 베네수엘라가 독재 국가로 전락하게 된 것은 사법 개혁을 명분으로 법관 수를 늘리거나 사법부를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이 20일 발표한 ‘5대 사법개혁안’은 대법관의 수를 현행 14명에서 3년에 걸쳐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 제도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5대 개혁안과 별개로 대법원 확정판결에 헌법 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법안도 발의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대법관 증원을 두고 “사법부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안이 통과되면 현직 대법관 14명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10명이 이재명 대통령 재임임 중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최대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 나 의원은 “사법부의 중립성은 온데간데없어진다”며 “결국 대한민국의 삼권분립을 해체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법관 증원의 목적은 대법원의 전원합의체를 장악하고 하급심 법관들의 판결을 임의로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 퇴임 후 5개의 사법 리스크와 민주당의 돈봉투 사건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위한 장치”라고 주장했다.
재판 소원 도입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차 교수는 “재판 소원을 허용하면 불기소 사건에 대한 불복이 모두 헌재로 간다”며 “의미 없는 사건을 담당하느라 헌재가 정작 필요한 사건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강제 퇴장이나 발언권 박탈, 토론 종결 등을 막고 의회 민주주의를 복원하겠다”며 ‘졸속 입법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국회에서 실질적인 토론이 되고 발언권이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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