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싸늘한 수도권 민심을 확인한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후속 대응을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긴급히 꾸리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번 대책으로 집값 상승 및 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서울 지역 공급 대책을 구체화하고 보유세 인상 등 추가 규제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지지층 이탈을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반면 여론 반응성이 높은 부동산 정책에서 공세 기회를 잡은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한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여 공세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죄었다.
민주당은 21일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주택시장안정화TF를 구성하고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출범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10·15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은 시장 안정과 경제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시민들이 아마 불편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다만 ‘현금 부자만 집을 사라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현금이 많아도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주택 구입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해명하는 등 대책에 대한 공세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민주당은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시장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응해 12월까지 시·군·구별 구체적인 공급 세부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몇 년까지 몇 만 가구 공급’ 같은 계획이 아닌 세부 지역별로 구체적인 공급 구상을 전해 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정부가 공개한 135만 가구 주택 공급 대책을 기본으로 삼는 한편 신규 택지 공급이 어려운 서울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안인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뒤를 받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도심 저층 주거지 지역의 정비사업에 특례를 주는 공공주택특별법 등 관련 법안 20여 개의 입법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공공이 주도해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고 또 한 축으로는 민간에서 진행되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진행도 절차를 간소화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TF 위원으로는 한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이해식·정태호·김영환·박상혁·복기왕·천준호·안태준 의원 등이 참여한다.
정부가 추가 규제로 검토하는 보유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후속 세제는 전혀 고려하거나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부동산 민심 이반이 엿보이는 상황에서 세제까지 건드리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당 안팎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여당이 수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부동산 실책을 파고들며 칼을 빼들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부동산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장 대표를 위원장으로, 김도읍 정책위의장을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당 대표가 직접 특위를 이끌며 가동할 수 있는 당내 최대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장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문제는 전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고, 수도권에서 전국적으로 큰 문제로 커질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했던 정책을 답습하고 있는데 이대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고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위에는 조은희·권영진·박수영·강민국·김은혜·조정훈 의원 등 여섯 명의 재선 의원과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참여한다.
중앙당뿐 아니라 서울시당 차원에서도 특위를 구성해 ‘투트랙’으로 공세를 편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주거사다리 정상화 특별위원회(주사위)를 구성하고 서울 도봉갑 지역구의 김재섭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당 특위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큰 틀에서 검증한다면 주사위는 서울 권역별로 규제 영향을 분석해 ‘핀셋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 당시 강남권을 표적으로 이뤄지던 대책과 달리 이번에는 서울 전역을 과격하게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어 강북권에서 집을 사려고 하는 청년 및 서민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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