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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식 걷어낸 무대 위…인간의 위선 오롯이

■양손프로젝트 ‘유령들’

배우들 지문 읽기 등 연극문법 깨

절제된 형식 아래 인간 본성 통찰

양손프로젝트의 '유령들' 공연 장면.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양손프로젝트의 '유령들' 공연 장면. 사진 제공=LG아트센터


하얀 바닥 위에 크기가 다른 세 개의 검은 의자와 검은 정장을 입은 세 명의 배우만이 섰다. 양손프로젝트의 트레이드마크인 미니멀한 무대다. 144년 전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쓴 ‘유령들’의 배경은 19세기 노르웨이 시골 저택이지만 무대 위에는 거실도 창문도 없다. 그러나 입센이 파헤쳤던 위선과 은폐의 본질, 과거의 죄악이 현재를 짓누르는 비극은 한 치 오차도 없이 그대로다. 오히려 모든 장식을 걷어낸 무대에서 입센의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절제된 형식 아래 원작의 깊이를 길어올린 양손프로젝트다운 무대다.

연극계의 히트메이커 양손프로젝트의 신작 연극 ‘유령들’이 서울 마곡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무대에서 공연 중이다. 양손프로젝트는 박지혜 연출과 손상규·양조아·양종욱 배우가 2011년 결성한 공동창작집단이다. 이번 무대는 양손프로젝트가 LG아트센터와 손잡고 새롭게 시작하는 ‘입센 3부작’의 첫 공연으로 네 명이 함께 작품을 골라 영문판을 한국어로 번역·각색했다.



입센이 1881년에 발표한 ‘유령들’은 해묵은 관습과 위선이 한 가족을 파멸로 몰아넣는 비극을 그린다. 성병, 근친상간, 안락사 등 금기시된 소재를 다뤄 당시 공연이 금지되기도 한 문제작이다. 이야기는 노르웨이의 부유한 미망인 알빙 부인이 죽은 남편을 기리는 고아원 개원을 준비하면서 시작된다. 개원 전날 알빙 부인의 저택에는 고아원 사업을 담당하는 만데르스 목사, 파리에서 돌아온 아들 오스왈, 목수 엥스트란드, 하녀 레지나가 모이고 수십 년간 감춰온 비밀들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온다.

양손프로젝트의 '유령들' 공연 장면. 사진 제공=LG아트센터


공연은 입센을 잘 아는 연극 애호가에게는 신선하게, 입센을 처음 만나는 초보자에게는 쉽게 다가간다. 양손프로젝트는 독특한 연극 문법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데 ‘쉬운 듯 어려운’ 입센의 서사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일례로 이들은 극본 속 지문(해설)을 직접 읽어준다. 알빙 부인을 향해 “부자다”라고 짚어주고 “오스왈 퇴장”이라며 장면을 직접 전환하는 식이다. 관객이 놓치기 쉬운 인물의 복잡한 감정이나 작은 행동도 배우들이 짚어주는 셈인데 맥락 해석이 핵심인 입센의 극을 쉽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한 명의 배우가 두 명의 캐릭터를 맡거나 또는 한 역할을 두 명의 배우가 연기하며 시시각각 역할을 바꾸는 순간도 흥미롭다. 등장 인물은 다섯 명인데 알빙 부인(양조아)을 제외한 나머지 역할을 손상규·양종욱이 번갈아가며 소화한다. 배역에 따라 급변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보는 재미도 크지만 관객들의 집중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탁월하다. 공연은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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