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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각, 여성의 추상… 3색 그룹전으로 만나는 감각의 향연


기업 로비를 채운 젊은 작가들의 감각적인 작품부터 한국 여성 중진 작가들이 선보이는 동시대 추상회화, 한국 작가 15인의 일상과 세계관이 담긴 독특한 정물화까지. 2026년의 시작을 함께할 첫 전시로 신선한 감각의 단체전을 기획한 전시 공간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여러 작가가 참여하는 단체전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예술이 가진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비교적 덜 알려진 작가들이 소개되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감각과 영감을 얻기도 더없이 좋은 기회다.

고대영, ‘파피용(La Papillon·2025)’, 단채널비디오,사운드,컬러, 16분16초 /제공=스페이스이수




최선아, ‘진지바(Gingiva·2026)’, 창문에 스컬피 /제공=스페이스이수


최선아, ‘진지바(Gingiva·2026)’, 창문에 스컬피 /제공=스페이스이수


서울 방배동 이수그룹 본사 로비 1층에 위치한 스페이스이수는 올해 첫 전시로 1990년대생 신진 작가 3인의 기획전 ‘VHS((고주파 신호·Very High Signals)’를 준비했다. 미술 학교를 갓 졸업했거나 해외에서 활동해 국내 전시 경험은 많지 않은 고대영(34), 최선아, 홍애린(35)의 작품을 통해 신선한 감각을 불어 넣겠다는 취지다. 2020년 문을 연 스페이스이수는 그동안 안규철, 리너스 반 데 벨데 등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중견 작가 위주로 전시를 선보여왔지만 올해부터는 신진 작가의 발굴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전시는 그 변화의 시작점으로 기업 로비라는 스페이스이수의 공간적 특징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를 기획한 전효정 큐레이터는 “젊을수록 더 잘 들리는 고주파 신호처럼 새로운 형식으로 공간에 개입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직장인들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기업 로비라는 장소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흔히 미술이라면 떠올릴 회화 대신 조각을 떠올리게 하는 설치와 영상, 사운드 작업 등이 주로 자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3cm 남짓한 크기의 장난감 나비의 모터 진동을 토대로 피아노 소리를 증폭해 공간을 울리게 한 홍애린 작가의 ‘뮤직 사이렌’이 대표적이다. 로비를 지나는 동안 갑작스레 감지되는 소리와 진동은 일상의 공간에 사소한 균열을 낸다. 흔한 풍경과 인물을 담은 영상 파편을 인공지능(AI) 툴로 80~100배 확대한 고대영 작가의 ‘파피용’ 역시 재현된 기억과 채워진 허구에 관한 색다른 예술적 시각을 선사한다. 3월 20일까지.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에서 14일 개막한 ‘묵음의 리듬’ 전시 전경 /제공=리만머핀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 ‘묵음의 리듬’에서 만날 수 있는 성낙희의 신작 ‘Sentient Page’ /제공=리만머핀


글로벌 유력 갤러리 중 한 곳인 리만머핀은 한국 중견 여성 작가 3인의 추상 세계를 한 자리에서 조망하는 ‘묵음의 리듬’을 올해 첫 전시로 선택했다. 성낙희(54), 이소정(46), 한진(46) 세 여성 작가의 추상 언어를 각각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세 작가의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감각되는 독특한 운동감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공명하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다.

실제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세 작가의 작품은 재료도 스타일도 주제도 제각각이지만 묘하게 닮아 보이는 순간이 있다. 일례로 추상적 이미지의 움직임을 나름의 규칙과 즉흥적 감각으로 따라가는 성낙희의 추상은 다양한 형태와 다채로운 색의 조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반면 한지와 먹이란 오래된 재료에 대한 탐구와 그 재료를 다루는 몸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화면 위로 풀어놓는 이소정의 작품은 선명하고 날카로운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한 공간에 나란히 놓인 이들의 작품은 우연과 필연, 질서와 무질서를 오가는 리드미컬한 감각을 동시에 길어 올리며 서로에 공명한다.



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 작업의 연장선이자 변주라 할 수 있는 신작도 선보인다. 특히 한진 작가의 경우 처음으로 사운드 작업을 시도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세계의 풍경을 청각으로도 표현해냈다. 2월 28일까지.

이진주, ‘사물이 아닌 사건(2025)’ /제공=에스더쉬퍼


유예림, ‘간단한 요령 하나로 어떤 시든 식물이든 되살리는 법(2025)’ /제공=에스더쉬퍼


서울 한남동 에스더쉬퍼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21세기 정물화'의 전시 전경


한남동 에스더쉬퍼 서울의 올해 첫 전시는 한국 작가 15인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정물화를 한 곳에 모았다. 1949년생 민정기 작가부터 1994년생 유예림·한선우 작가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15명의 동시대 작가들이 정물화라는 오래된 장르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한다. 어떤 사물을 고를지부터 사물을 배치하는 방식까지 모든 영역에서 작가의 개입이 이뤄지는 정물화는 작가의 시선과 감각,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에스더쉬퍼 측은 “15점의 정물화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더 이상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개인의 기억과 감정, 회화적 태도를 드러내는 매개로 기능한다”며 “동시대 작가들의 사유와 실험의 장으로서 정물화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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