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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없는 박물관> 강화, 산이 노래하는 가을 ‘맛길’ [강화톡톡]

해발 469.4m 마니산 원래 ‘우두머리 산’

고려산 고려 임시수도 강화의 배경된 산

혈구산 ‘강화도의 심장부 자리잡은 명산’

강화 고려산 중턱에 있는 백련사 전경. 사진제공=강화군




가을 산은 오르면 오를수록 오색빛의 향연으로 노래한다. 떨어지는 낙엽 소리, 능선을 타고 흐르는 바람의 노래, 가을에만 들을 수 있는 붉은 단풍의 속삭임까지 모두 가을에만 들을 수 있는 노래다. 그 노소리에 더뎌지는 걸음은 조용하다 못해 더 선명해진다. 겨울을 앞둔 산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곳, 그 노래를 가장 깊고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곳, 그 중 하나라 바로 강화의 산이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가까우면서도 충분히 다채로운 자연과 역사를 품은 강화에는 가을 산행지로 손꼽히는 명산들로 즐비하다. 의좋은 형제처럼 남북 방향으로 나란히 솟아 오른 강화의 다섯 산을 오르면 즐거움은 ‘일곱’의 배로 늘어날 게다.

그러한 강화의 산은 ‘바다의 섬’이자 ‘바다의 산’이기도 하다.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르면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그렇게 바다와 산을 함께 거닐다 하루 종일 눈부시게 반짝이는 갯벌을 만난다.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심심할 틈이 없는 ‘강화 산꾼’들은 그렇기에 강화의 산들을 찾나보다.

강화 마니산 참성단. 사진제공=강화군


마니산(摩尼山)은 해발 469.4m인 마니산(摩尼山)은 원래 ‘우두머리 산’이라는 뜻으로 이를 한자로 풀이한 ‘두악산(頭嶽山)’이라 불렸다. 옛날 조상들은 이 산 꼭대기의 참성단(塹星壇)에서 하늘 제를 올렸다. 오늘날에도 전국체전 성화를 이곳에서 채화하는 등 성스러운 산으로 중시된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전국의 산 가운데서 가장 ‘기(氣)’가 센 곳으로 알려진 마니산은 사람들에 의해 전설이 덧붙여지면서 이 산이 지닌 의미가 점점 더 크고, 영험한 것으로 유명하다.

참성단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해발 469.4m인 마니산 꼭대기가 아니라 그보다 서쪽으로 1㎞ 가량 떨어져 솟아 있는 465m 높이의 봉우리에 서 있다는 점이다. 참성단을 세움으로써 두 봉우리의 높이가 거의 같아졌거나 아니면 오히려 약간 더 높아질 수도 있으니 참으로 절묘한 배치가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산꼭대기에 아무것도 두지 않은 데에는 바로 그 자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의 것이라고 여겼을 터이다. 마니산의 경우에도 산 정상을 피해 제단을 쌓되 ‘천제단’이니 그 높이가 신의 자리와 거의 같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이렇게 다양한 얘기를 간직한 마니산의 참성단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가을 단풍으로 물들어 고즈넉한 신비로움을 더한다.

고려산 단풍. 사진제공=강화군


고려산(高麗山)은 고려의 임시수도 강화의 배경이 된 산으로, 역사적 무게감이 크다. 하지만 이 산의 매력은 그에 그치지 않는다. 봄에는 진달래 산으로 유명하지만, 가을 또한 화려한 단풍산으로 변신한다.

고려산 중턱에 위치한 백련사(白蓮寺)는 이름처럼 백련꽃 전설이 얽힌 유서 깊은 사찰이다. 매년 가을이면 황금빛 단풍이 사찰을 감싸며 강화 가을 사진 명소로 손꼽힌다. 바람에 흔들리는 은행잎 아래 고즈넉한 전각을 바라보는 순간, 누구나 마음이 평온해진다. 또한 고려산 전설의 연못, 오련지(五蓮池)에는 하늘에서 다섯 송이의 연꽃이 내려와 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강화 5대 연못 중 가장 신성한 연못으로 손꼽히며 지금은 흔적이 사라졌지만, 그 전설만으로도 산행길에 상상력을 더해준다. 이처럼 고려산은 걷는 길마다 전설이 서려 있는 ‘산’이다.



강화도의 중앙부 혈구산에 위치한 강화레포츠파크. 사진제공=강화군


혈구산(血口山)은 그 이름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고려산과 마니산 사이 ‘강화도의 심장부에 자리 잡은 숨은 명산’으로 험하지 않으면서도 조용하고 깊은 숲길이 매력적이다. 정상까지의 능선은 억새가 많아 장관을 이루며 고려산 보다는 내리고 오르는 난이도 탓에 정상의 오르는 기쁨은 더 크다. 나무 하나 없이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산 정상은 혈구산의 매력이다.

혈구산 정상에서는 강화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석모도를 포함한 주변 섬들도 대부분 보인다. 정상에서 휘둘러 보는 조망에는 전혀 막힘이 없다. 북으로는 고려산이 마주 보이고, 동으로는 강화읍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남으로는 진강산과 마리산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외포리 앞 서해 바다 위로 석모도가 두둥실 떠있는 듯 보인다.

혈구산은 오를 때보다는 정상에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남서릉을 타고 내려오는 데 더 묘미를 준다. 정상에서 남서릉으로 발길을 옮겨 18분 거리에 이르면 펑퍼짐한 무명봉을 지나간다. 무명봉을 지나 20분 거리인 두 번째 무명봉에 이르면 오래된 성터가 나온다. 이 성터는 문헌상에 혈구진(穴口陣)으로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혈구산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군사적 가치를 지녔을 게다.

이렇듯 강화의 산들은 단지 자연경관만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민족의 정기, 불교의 전설, 고려의 숨결, 그리고 전통 제례와 문화가 공존한다.

강화산을 오르며 단풍과 역사를 함께 느끼고, 하산 후에는 강화 특산물과 전통시장에서의 소소한 미식까지, 이번 가을 주말 고요한 발걸음과 함께 강화의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리고 그 산들이 들려주는 오래된 노래에 귀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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