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만 있으면 비자 없이 다른 나라에 입국할 수 있는 ‘여권 파워’ 순위에서 한국이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4일(현지 시간) CNN은 영국의 해외 시민권 자문 업체 헨리앤파트너스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헨리 여권 지수'(Henley Passport Index) 2025년 세계 여권 순위를 보도했다.
올해 여권 파워 1위 국가는 싱가포르가 차지했다. 싱가포르 여권이 있으면 193개국에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직전 조사 결과와 동일한 2위(190개국 무비자 입국)를 기록했으며 일본은 3위(189개국)로 최상위권에 모두 아시아 국가 이름이 올랐다.
올해 순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여권이다. 미국인은 현재 180개국에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여권 파워 순위에서 말레이시아와 함께 12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여권 파워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헨리앤파트너스가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순위를 발표한 20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지난 2014년 같은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이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국가 숫자가 줄며 순위가 계속 떨어졌다. 헨리 여권 지수 순위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를 바탕으로 실시간 업데이트 되는데 미국은 지난 7월 공동 10위를 기록했다가 이번에 12위까지 내려왔다.
중국은 지난 2015년 94위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64위(82개국)로 꾸준히 순위가 상승했다. 북한은 100위(38개국)에 그쳤으며 최하위권에는 아프가니스탄(106위·24개국), 시리아(105위·26개국), 이라크(104위·29개국) 등 중동 국가들이 차지했다.
미국 여권 영향력의 약세는 최근 몇몇 국가에서 시행한 입국 제한 조치 때문이다. 지난 4월 브라질은 상호주의 부족을 이유로 미국, 캐나다, 호주 시민의 무비자 정책을 철회했으며 베트남도 무비자 입국 대상국에서 최근 미국을 제외했다. 아울러 중국이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수십 개 유럽 국가 국민에게 무비자 혜택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이 아직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순위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
헨리앤파트너스의 크리스천 H. 케일린은 미국 여권 영향력 약화에 대해 "단순한 순위 변동을 넘어 세계 이동성과 소프트파워 역학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며 "개방성과 협력을 수용하는 국가들은 앞서나가지만, 과거의 특혜에 머물러 있는 국가들은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헨리 여권 지수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에 대만, 마카오 등 6곳을 더해 총 199개국을 대상으로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 또는 입국 시 비자 발급 등 사실상 무비자로 갈 수 있는 곳을 조사해 결과를 내놓는다.
여권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지수로는 헨리여권지수 외에도 노마드캐피탈리스트가 발표하는 ‘여권 지수’가 유명하다. 이 지수는 무비자 입국 외에도 과세와 국제적 인식, 이중 국적 취득 가능성, 개인의 자유 등 세계 각국 시민권의 가치와 그 나라 국민이 여행국에서 받는 대우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지난 4월 발표된 이 지수에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여권을 보유한 국가는 아일랜드로 선정됐다. 이어 스위스와 그리스가 공동 2위였다. 한국은 2021년 정점을 찍고 하락하면서 올해 39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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