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캄보디아발 취업사기 범죄조직을 겨냥해 미국과 영국 정부가 강력 대응에 나섰다.
양국 사법 당국은 공조 수사를 통해 이 조직의 핵심 자금원 역할을 한 약 20조 원 상당 비트코인을 압류하고, 조직의 수괴와 관련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에 돌입했다.
미국 법무부는 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자금세탁과 수익 은닉에 활용한 12만7271개 비트코인(약 150억 달러, 한화 약 20조 원)에 대해 민사 몰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법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산 몰수 사례다.
동시에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영국 외무부 역시 범죄 배후로 지목된 인물과 관련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양국이 주목한 핵심 인물은 중국 출신 사업가 천즈(Chen Zhi·영문명 빈센트)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1987년생인 그는 캄보디아에서 카지노, 부동산 개발, 은행 등을 운영하는 ‘프린스 홀딩 그룹(Prince Holding Group)’ 회장으로 활동하며,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의 자문역을 맡을 정도로 현지에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쌓았다.
천즈와 프린스홀딩그룹은 캄보디아 범죄단지 내에서 ‘돼지도살’ 수법으로 불리는 암호화폐 투자 사기와 로맨스 스캠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라디오프리아시아에 따르면, 프린스홀딩그룹과 연계된 ‘골든 포춘 과학기술단지’에서는 피해자들이 3m 높이 철조망 뒤에 감금된 채 사이버 사기를 수행하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탈출을 시도하면 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천즈와 공범들은 범죄 수익으로 런던 1200만 파운드(한화 약 200억 원) 상당 호화 맨션, 뉴욕 경매에서 구입한 피카소 작품, 요트와 개인 제트기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려왔다.
이번 제재로 천즈를 포함한 관련자들은 미국과 영국 금융 시스템에서 완전히 배제되며, 런던 시내 오피스 빌딩을 포함한 영국 내 자산도 동결될 예정이다.
미·영 양국의 제재 조치는 캄보디아 내 프린스홀딩그룹 관련 다른 회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아누크빌 내 7층 호텔과 카지노를 소유한 진베이 그룹, 프놈펜 외곽 범죄단지를 운영하는 골든 포춘 리조트 월드, 암호화폐 플랫폼 바이엑스 익스체인지 등이 미·영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미 법원은 천즈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그에게서 몰수한 비트코인을 국고로 귀속시킬 계획이다. 이는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만든 ‘국가전략비축’ 자산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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