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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존엄 상징…윤동주, 릿쿄대엔 특권같은 존재"

■교정에 윤동주 기념비 설립, 릿쿄대 니시하라 렌타 총장

도쿄에 처음 건립, 詩 번역본도 실려

윤동주는 정치 초월한 인간의 거울

기념비, 시인에 바치는 교육적 약속

후배 학생엔 진리·자유 일깨울 기회

서거 80주년…관련 세미나·심포 개최

국제평화 위한 과거·미래 가교역 되길

니시하라 렌타 릿쿄대 총장. 연합뉴스




11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릿쿄대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독립운동가이자 저항시인인 윤동주(1917~1945)를 기리기 위해 교정에 기념비가 세워졌다. 교토에 있는 도시샤대와 교토 시내에는 윤동주 시비(詩碑)가 있지만 도쿄에 시인과 관련한 비석이 건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릿쿄대 서쪽 14호관 인근에 설립된 기념비에는 윤동주 시인의 사진과 릿쿄대 재학 시절을 설명한 짧은 글과 함께 ‘쉽게 씌어진 시’와 일본어 번역본이 실렸다.

기념비 설립을 주도한 니시하라 렌타 릿쿄대 총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윤동주 기념비를 세운 것은 단순히 그를 추모하는 차원이 아니라 태평양전쟁 당시 전쟁의 어둠 속에서 개인의 존엄을 지키려고 한 젊은 시인에게 바치는 교육적 약속”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를 졸업한 윤동주는 1942년 4월부터 6개월간 릿쿄대 문학부에서 공부했고 이후 도시샤대로 옮겼다. 도시샤대에 재학 중이던 1943년 조선 독립을 논의하는 유학생 단체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으며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의 젊은 나이에 옥사했다. 올해는 윤동주 서거 80주년이다. 릿쿄대는 매년 2월 16일 윤동주의 기일에 맞춰 추모 행사를 해오고 있다.

니시하라 총장은 “윤동주는 ‘릿쿄’의 로고가 새겨진 편지지에 다섯 편의 시를 남겼는데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보편적 인간성’을 일깨우는 상징”이라며 “릿쿄대에 윤동주의 존재는 다른 대학에 없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동주의 시를 모두 좋아한다는 그는 ‘서시’와 ‘십자가’를 특히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았다.

기념비를 설치하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니시하라 총장은 “일부에서는 기념비 설치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고 특히 기념비 설립이 정치적 의도로 해석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었다”며 “이에 더욱 신중을 기해 전교 차원의 합의를 거쳐 윤동주라는 인물이 지닌 교육적 가치와 보편성에 주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념비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훌륭한 교재가 될 것”이라며 “기념비에 QR코드를 새겨놨는데 이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윤동주와 관련된 해설이 나와 그가 어떤 인물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니시하라 렌타 릿쿄대 총장이 11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릿쿄대에서 열린 윤동주 기념비 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니시하라 총장은 윤동주를 “정치를 초월한 인간의 거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윤동주가 왜 일본의 교도소에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는지를 직시하는 것은 일본 사회에 중요한 과제”라며 “그의 존재는 일한 관계라는 추상적인 틀을 넘어 두 나라가 깊은 미래를 연결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니시하라 총장은 윤동주를 통해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이 명확하다고 했다. 전쟁과 역사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개인의 죽음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그 위에서 진리와 자유를 탐구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는 “릿쿄대 학생들이 윤동주라는 선배의 작품을 통해 감성과 상상력을 풍부히 하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윤동주를 이야기 할 수 있는 학생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니시하라 총장은 이번 기념비 설립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대학은 전쟁 상황 속에서 윤동주를 비롯한 학생들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깊이 느끼고 있어 과거의 실책을 솔직히 기록해 나가야 한다”며 “윤동주 기념비를 통해 단순히 과거를 되새기는 차원이 아닌 국제사회의 평화 구축에 대한 명확한 자세를 표명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16일부터 특별 기획전 ‘윤동주의 세계’를 시작했는데 이 행사는 이달 25일까지 진행된다”며 “세미나와 심포지엄 등 윤동주를 매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니시하라 총장은 이번 기념비 건립이 릿쿄대의 국제적 이미지 변화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도시샤대·연세대 등과 교류를 확대하고 릿쿄대가 윤동주를 기억하는 대학으로 한국에 알려지고 싶다”며 “릿쿄대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늘어나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일본 도쿄 릿쿄대 교정에 세워진 윤동주 기념비.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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