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한국화가 서세옥(1920~2020)의 ‘즐거운 비’가 내렸다.
성북구립미술관은 15일 “영국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열리는 ‘프리즈 런던 2025’ 특별전의 초청으로 미술관 소장품인 산정 서세옥의 ‘즐거운 비’가 출품됐다”면서 “미술관 소장품의 예술적 위상과 국제적 가치를 알리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리즈(Frieze)는 아트 바젤(Art Basel)과 더불어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국제 미술행사로, 한국에서는 매년 9월 초에 열리는 ‘프리즈 서울’로 친숙하다. 올해 ‘프리즈 런던’은 15일(현지시간) 개막해 19일까지 열리는 행사에 45개국 28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 한국계 뉴욕 화랑인 티나킴 갤러리가 참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의 조현화랑은 ‘프리즈 마스터스’에 출품했다.
서세옥의 특별전은 ‘서세옥X LG OLED: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라는 제목으로 막을 올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수묵추상의 거장 서세옥과 그의 아들 설치미술가 서도호, 건축가 서을호가 함께해 세대를 잇는 예술적 대화와 기술적 만남을 보여주는 전시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 기간에도 같은 콘셉트의 특별전이 열려 서세옥의 회화 세계를 LG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통해 재해석하는 실험적 전시로 주목 받았다.
이번 런던 전시에 출품된 1976년작 ‘즐거운 비’는 마치 지붕처럼 넓게 퍼진 구름 아래로 다양한 형태의 빗방울들이 리듬감 있게 떨어져 내리는 작품이다. 구름과 비의 형상을 점과 선이라는 조형의 기본 요소로 간략하게 표현한 절제된 화면을 통해 서세옥 특유의 감각을 보여준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교육자이기도 한 서세옥 화백은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표작 100점을 기증했고, 고향의 대구미술관에도 90점을 기증했다. 2021년 5월에는 작가의 뜻을 이어받은 유족이 유작 2300점, 수집 미술품 990여점 등 총 3290여점을 성북구립미술관에 기증했다. 서세옥 작가는 성북구에 오래 거주하며 성북구립미술관의 개관을 이끌었기에 미술관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기증 작품을 기반으로 서세옥의 생전 거주지인 한옥 인근 서도호 작업실 부지에 ‘성북구립 서세옥미술관’이 2028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 중이다.
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장은 “산정 서세옥의 ‘즐거운 비’를 비롯한 소장품들이 국내외 주요 전시에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윤중식의 유화·드로잉 8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최만린의 조각·드로잉 3점은 호림박물관 기획전에 선보이는 중”이라며 “이는 성북구립미술관 소장품의 성격과 정체성이 명확하고 예술성과 연구 성과가 폭넓게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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