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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올해 미술시장은 어떨까요?

조상인 백상미술정책연구소장

작년 국내 경매 회복 아닌 'K자 양극화'

그래도 미술관 찾는 관람객 급증에 희망

올 '경험 소비'가 시장 저변확대 이끌것


“올해 미술 시장은 어떨까요? 좀 나아질까요?”

20년 가까이 경제신문에서 미술 시장 전담 기자로 일하다 보니 매년 이맘때 항상 같은 질문을 받는다. 지난해 초에는 미술 경매 시장을 들여다보며 “바닥을 쳤으니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다행히 그랬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국내 8개 미술품 경매사의 연간 경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낙찰 총액은 약 1405억 원으로 전년 1151억 원에 비해 254억 원(22%) 상승했다.

예측이 맞았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좀 뜯어볼 부분이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늘 15도쯤은 우리가 하는 일들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민간에서 오래 일한 경험을 살려 ‘참신한 변화’를 주문한 최 장관의 말처럼 삐딱하게 한번 보자.

2025년 한국 미술 경매를 견인한 것은 샤갈이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옥션에서 샤갈의 작품이 94억 원과 59억 원에 낙찰됐고 이는 연간 최고가 낙찰작 1·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샤갈에 이어 이중섭·김환기·이우환·박수근과 구사마 야요이 등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작가들의 톱10 작품들의 낙찰액을 합하면 298억 5000만 원. 지난해 낙찰 총액 증가분 254억 원보다 크다. 즉 고가 작품 몇 점을 제외하면 전체 시장은 2024년보다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낙찰률도 53.4%로 지난 3년간 가장 높다고 하지만 삐딱하게 보자. 경매에 나오는 작품 수 자체가 줄었다. 2만 2934점에서 1만 8339점으로 4600점가량 감소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출품 엄두를 못 내는 셈이다. 경매 회사들도 영민하게 경매 횟수를 줄였다. 낙찰작 수가 1000점 가까이 감소했지만 낙찰 총액은 늘었다. 쏠림 현상이 있다는 얘기다.



‘K컬처’가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어 항상 흐뭇한 ‘K’지만 미술 경매의 지금 경향은 K자 회복의 착시 현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시장 양극화의 시그널이다. 기축통화 또는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는 ‘미술사적 검증이 끝난 작품’ 외에 ‘다수의 일반 작품’은 외면을 받았다는 뜻이다. 희소성이 가격을 밀어 올렸을 뿐,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풍부해서 나타난 현상은 아니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이 있다. 박물관·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우리 저력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개관 이래 처음 연간 누적 관객 600만 명을 넘겼고 전국 13개 국립박물관의 연간 관람객도 약 1400만 명이었다. 프로야구 연간 관중 수보다 많았다. 국립현대미술관도 한 해 방문객 337만 명으로 최다 기록을 세웠다. 호주 출신의 현대미술가 론 뮤익 전시에만 53만 명이 다녀갔다. 어렵고 난해할 수 있는 피에르 위그 전시(리움미술관)에도 11만 명이 다녀갔다. 접근성의 제약이 있는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의 겸재 정선 전시가 15만 명을 끌어모았고 대구 간송미술관에 26만 5000여 명이 다녀갔으며 그중 49%가 대구 이외 지역 관람객이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발전 성격이 ‘물건을 더 사는 성장’에서 ‘시간을 더 잘 쓰는 성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문화 강국으로서 ‘K컬처 300조 원 시장’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미술 시장은 단순 감상, 구매와 소유를 넘어 인증과 소통을 중시하는 ‘경험 소비’로 변화하고 있다. 미술관 건축이나 세련된 카페, 작가와의 대화를 중시하고 이를 기록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이 소비의 핵심을 이룬다.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키아프와 프리즈 같은 아트페어에는 관람객이 전혀 줄지 않는 이유다. 미술관 아트 상품과 문화 파생상품 소비가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제작하는 ‘뮷즈’의 지난해 매출이 400억 원을 넘겼다. 가질 수 없는 원작 구매의 대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인 컬렉션 카테고리가 돼 경험 소비를 탄탄하게 만든다.

올해는 ‘공부하는 관람객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자 한다. 올해 챙겨볼 전시를 시기별로 계획하고 작가를 미리 탐색하고 전시를 공부한 후 미술관으로 향함으로써 경험 소비에 깊이를 더해갈 것이다. 닿을 수 없는 작품에 대한 막연한 동경보다는 예산 범위 내에서 구매 목록을 짜서 오래 지켜본 후 1년에 1~2점 정도라도 구입할 것이다. 이것이 고가 미술품 거래가 이뤄낸 ‘낙수 효과’의 다음 스텝인 ‘분수 효과’이고 미술 시장의 저변 확대를 서서히 이끌어낼 저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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