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처음으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김 회장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홈플러스 임직원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이날 국감장에서는 MBK의 실질적 지원이 미흡하고 생색내기 내지는 면피용이라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 회장의 사과는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MBK의 홈플러스에 대한)지원도 증여, 보증, 대출 등 다양한 방식이 혼합돼 실제 현금 투자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알 수가 없다”며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미지급분을 즉각적으로 지급하고 이자분 보전에 대한 약속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나왔지만 김 회장은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언급하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는 “회생절차 이후에 소상공인에 대한 회생채권은 전액 변제했다”며 “현재 대기업 회생채권과 금융 채권자가 남아 있고 이 부분은 회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변제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병주 “홈플러스 회생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와 관련해 자신이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MBK는 대기업이 아니고 사모펀드 운용사이며 (저는) 대기업 총수가 아니다”라며 “13명의 파트너가 각자 자기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제 담당은 펀드레이징(모금)”이라고 말했다.
MBK가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에 보증을 왜 서지 않느냐는 질의에는 “제가 관여한 부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과정을 묻는 다른 질의에 대해서도 “제 권한이 아니다. 이는 홈플러스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에 대한 MBK 측의 지원을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유동수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노력은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법인과 개인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유 의원이 “포브스에 따르면 (김 회장이)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 재산이 14조 원이라고 한다. 못 하는 것이냐, 안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묻자 김 회장은 “못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회장은 “(포브스는) 법인의 가치를 매긴 것 같은데, MBK는 비상장 회사로 유동할 수 없는 회사”라며 “제가 주식을 팔아 유동할 수 있는 자산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님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MBK가 2015년 인수했고 장기간 경영난을 겪다 올해 3월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했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위해 3000억 원을 증여나 대출 보증 등 방식으로 지원했고, 앞으로 최대 2000억 원을 추가 증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홈플러스에 대한 기존 지원금 3000억 원 중 1000억 원은 김 회장이 사재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 자금 2000억 원은 MBK의 운영수익(관리보수 및 성공보수)을 활용해 마련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의 최후 수단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인수 희망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올해 내 매각이 무산되면 최악의 경우 기업 청산을 해야 한다.
앞서 김광일 대표는 지난달 19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매수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홈플러스는 지난 2일 우선협상 대상자부터 찾는 '스토킹 호스' 방식을 포기하고 공개경쟁 입찰 공고를 냈다.
이에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이날 “지난달 김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유력한 협상 대상자와 협상하고 있다고 답하지 않았냐”고 따지자 김 대표는 “우선협상 대상자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 바 없고, 제한적인 인수 희망자랑 협의 중이라고 말씀 드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대표는 누구와 협상을 진행한 것이냐는 질문엔 “여기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공정위 “위법행위 엄정 제재”…금융위 “사회적 책임 더 보여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 규제·감독당국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철저하게 살피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기관 증인으로 국감장에 출석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MBK가 한국 경제에서 지금까지 누렸던 수익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며 “공정위는 사회적 책임의 중대성을 충분히 반영해 위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제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극약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위는 강화된 PEF 규제를 예고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MBK에) 좀 더 사회적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연구용역을 마친 상태며 연내 사모펀드 제도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MBK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해 검찰에 통보했으며, 조만간 수사가 이뤄져서 사실관계가 확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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