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평화' 기세 탄 트럼프, 우크라 종전 향한다

■푸틴에도 '압박 전략'

17일 젤렌스키와 정상회담

'러 역린' 토마호크 공급 논의

핵 보유·든든한 뒷배 中 버텨

"가자와 달라" 성공엔 회의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에서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자 전쟁 1단계 휴전을 성사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세를 몰아 우크라이나 종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1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가 ‘레드라인’으로 규정한 토마호크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공급 방안을 논의한다. 다만 러시아의 경우 핵을 갖고 있는 데다 뒷배로 중국도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가자 전쟁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 X(옛 트위터)에 “17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내가 제안할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 대표단은 미국으로 (이미) 출국했다”고 밝혔다. 또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언급하며 “블라디미르 푸틴에게도 압박을 통해 평화를 수용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 소식통도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에 “전화로는 논의할 수 없는 의제가 몇 가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전쟁 1단계 휴전을 이끈 핵심 키워드를 ‘압박’으로 꼽으며 이를 러시아에도 적용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 구상을 수용하고 카타르를 공습한 사건에 대해서도 공개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카타르·이집트·튀르키예를 움직여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평화 구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외교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위협해 결국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부터 자신이 취임하면 팔레스타인 및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하며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의 프레드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가 이번 중동 휴전으로 다른 주요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상당한 지렛대를 얻게 됐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냈던 플라이츠는 “트럼프가 중재자로서, 평화를 가져오는 사람으로서 일을 잘한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는 종이호랑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모든 영토를 수복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아직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단행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마호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미국에 지원해달라고 요구해온 무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이스라엘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토마호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푸틴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번 방미의 목적은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장거리 전력 강화와 방공 능력”이라며 토마호크가 의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역린’으로 평가되는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2500㎞에 달하고 미국의 무기 중 가장 정밀해 모스크바 내 목표물을 장거리 드론보다 훨씬 강력하게 타격할 수 있다. 과거 푸틴 대통령은 토마호크 미사일을 사용하려면 미군 병력이 직접 참여해야 하고 이는 미러 관계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군사 문제 분석가 프란츠 슈테판 가디는 “러시아가 핵을 갖고 있다는 점은 어떤 압박을 가하든지 항상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직접 협상을 통해 (러시아에 유리한) 휴전 조건을 정하고 여기에 서명하도록 젤렌스키 대통령에 강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 뒤에 버티고 있는 점도 변수다. 트럼프 1기 때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를 맡았던 커트 볼커는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는 게 중국에 이익이 된다고 중국이 생각하는 시점에 도달하고, 중국이 러시아에 그렇게 말한다면 이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며 “불행히도 우리는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