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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음악·조각에 새긴 코드…경계 넘어서는 예술을 만나다

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展

이상·백남준·구자명 등 작가 9명

실험적 현대미술 작품 60점 소개

오선과 음표 대신 텍스트가 빼곡히 적힌 백남준의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의 일부 /연합뉴스




백남준의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이 서울대미술관에 설치돼있다. .제공=서울대미술관


이상의 시(時)는 활자 배열 자체가 공간을 이룬다. 백남준의 악보에는 오선과 음표 대신 '오래된 시끄러운 시계'나 '흐르는 물'과 같은 텍스트가 적혔다. 구자명은 디지털 언어인 코드를 손에 잡히는 조각으로 빚어냈고 김호남은 디지털 신호의 지연과 울림을 시청각적 영상으로 펼쳐놓는다.

1일부터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차원확장자:시·이미지·악보·코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상·백남준·구자명·김호남·김은형·정수정·윤향로·기민정·전소정 등 9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60여점의 작품은 전시의 제목처럼 경계를 넘어 차원을 확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학·음악·미술이라는 장르를 넘고 시각·청각·촉각 등 감각을 융합하며 물질과 비물질을 가로지르고 캔버스와 전시장이라는 구분을 허무는 도전적인 작품들이다. 이때 차원이란 예술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나 작품을 경험하는 방식을 뜻하기도 한다. 시는 눈으로 보는 동시에 소리로 낭독될 수 있고 악보는 연주자를 움직이게 하는 지시문이자 선율을 자아내는 명령문으로 기능한다. 회화(이미지)는 시각을 자극하는 매체이자 이야기를 직조하는 도구이며 컴퓨터 코드는 디지털 세계를 일구는 언어이자 현실로 이어지는 신호다. 시·이미지·악보·코드라는 ‘다차원적’ 매체는 차원 확장자로 기능하며 관객들을 기존 인식의 지평 너머로 이끈다.



철학적 개념과 동서양의 신화를 실뜨개처럼 엮어내 새로운 설화를 만들어낸 김은형의 페인트 벽화 ‘제물론적 테라폴리스(2023)’가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제공=서울대미술관


정수정, 테니스 코드, 2022, 145.5cmx 338cm /제공=서울대미술관


거울에 적힌 이상의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첫 작품으로 1932년 발표된 '오 마가쟁 드 누보테(AU MAGASIN DE NOUVEAUTES)'를 읽는 것부터 시작하는 전시는 백남준이 "만지기, 놀기, 듣기, 발차기, 채찍질까지 모두 포함된 토털 매체"라고 설명한 작품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을 만나는 것으로 주제를 강조한다. 이상의 시가 일본어로 처음 발표된 '조선과 건축' 제11권 7호의 실물을 함께 전시하고 백남준의 악보는 한국어로 번역해 진짜 오케스트라의 악보처럼 배치하는 방식으로 볼거리를 더했다. 컴퓨터를 작동하는 운영체제(OS)와 작업을 방해하는 바이러스를 상호작용을 조형적으로 구조화한 구자명의 대형 설치 연작 '모노코크 : 정원의 연작'은 디지털과 현실의 양방향적 관계를 직관하게끔 돕는다. 이밖에도 전시에서는 동서양의 환상과 실제를 오가며 직조한 서사를 각자의 독특한 화풍으로 이미지화하는 김은형과 정수정의 회화, 종이와 유리로 캔버스와 전시장으로 한정되는 회화적 공간 자체를 확장한 기민정의 회화 등도 만날 수 있다.

전시에 신작은 많지 않다. 80%가 기존에 발표된 작품들이다. 오진이 학예사는 “같은 작품이라도 다른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제전의 매력”이라며 “미술계에서 계속 소환되는 작품들을 한층 더 깊게 바라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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