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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해도, 침묵해도 논란 증폭…조희대 '국감 딜레마'

與 "파기환송·대법관 증원 공세"

답변은 개혁 논의에 직접적 영향

신중론 택할 땐 '책임회피' 비판

사법심판 정치화 무대 변질 우려

내부선 '책임있게 나서야' 목소리

조희대 대법원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번 주 국정감사에서 피할 수 없는 여권의 파상공세에 직면한다. 사법부 수장이 국회로부터 동시에 ‘출석 압박’과 ‘정치적 질의’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조 대법원장의 한마디가 곧바로 사법부 독립과 개혁 논의의 향배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이번 주 이틀 간격으로 대법원 국감을 진행한다.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국감에 이어 15일 대법원 청사에서 현장 국감이 열린다. 민주당이 이번 국감을 사실상 ‘조희대 청문회’로 규정한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어떤 대응 기조를 취하느냐에 따라 정치권과 사법부의 긴장 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국감에서 답변이든 침묵이든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법관평가제·판결문 공개 확대 등 사법개혁안이 국감 직후 공개를 앞두고 있어, 발언 하나하나가 향후 개혁 논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신중론을 택할 경우 사법 개혁을 앞둔 상황에서 ‘책임 회피’ 비판이 뒤따를 우려도 크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원칙적으로 인사말만 하고 이석을 요청하는 관례를 지키되, 개별 재판이나 정치적 질문에는 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이미 '이석 불허' 방침을 굳힌 상황이라, 조 대법원장이 장시간 질의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에게 ‘대선개입 의혹’ 관련 직접 해명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을 둘러싸고, 조 대법원장이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민주당 측은 제기해왔다. 이에 따라 국감에서는 사법개혁 관련 질의 외에도 당시 대법원 내 보고·의견 조율 경위, 판결 전후 행정처와의 교신 여부 등 구체적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감장이 사실상 ‘사법심판의 정치화 무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정치권의 압박 때문 만은 아니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침묵’ 대신 국민 앞에서 책임 있게 설명하고, 독립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2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는 전국 법원장 40여 명이 참석해 7시간 넘게 토론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법원장들은 △충분한 숙의와 공론화 △사법부의 제도 참여 보장 △국민 신뢰 회복을 3대 기준으로 제시하며, 개혁 과정에서 사법부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회의에 앞서 “사법부의 공식 참여 없이 개혁이 추진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국민을 위한 제도 개편이 되려면 사법부도 책임 있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주 뒤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재판제도분과 토론회에서도 같은 논의가 이어졌다. 법관들은 대법관 증원과 임명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상고심 적체 해소에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도, “단기간 대규모 증원은 대법원의 권위와 국민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 부장판사는 “정치 일정에 맞춘 개혁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법부가 스스로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사법부 내부에서 사법부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조 대법원장이 모든 질문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사법부의 중립성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지만,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설명이 없다면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다만 대법원장이 직접 발언에 나서는 것은 자칫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판사는 “이번 국감은 사법부가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얼마나 독립적으로, 또 책임 있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기점”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발언도 중요하지만, 사법부가 이후 개혁 논의 과정에서 어떤 주체로 자리매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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