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사 인텔에 이어 미 최대 리튬 광산 지분 취득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이 수십년 간 반도체 핵심 광물인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며 무역전쟁에서 경쟁국가를 압박하자 미국이 광물 확보전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미 언론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정부가 리튬 아메리카 지분 5%와 '태커 패스' 광산 프로젝트 지분 5%를 취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라이트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그 광산을 건설하는 것이 미국의 최선의 이익이다. 몇 년 안에 수입 리튬의 막대한 양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지분 취득 구상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에너지부가 무상 워런트를 통해 지분을 취득할 것이라고 전했다.
캐나다 업체인 리튬 아메리카와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합작 투자를 통해 미국 네바다주 태커 패스에 있는 미국 내 최대 리튬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양사의 지분 비율은 62% 대 38%다. GM은 이 프로젝트에 6억 2500만 달러(8700억 원)를 투자했고, 1단계 생산량 전량과 2단계 생산량 일부를 향후 20년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해 10월 에너지부가 태커 패스 프로젝트에 22억 달러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고, 대출 집행을 위한 초기 조건을 충족 못 한 리튬 아메리카와 GM이 에너지부에 대출 구조조정을 요청한 후 정부 관계자들이 납세자 보호를 위해 외부 자본 추가를 요구하는 등 대출 조건 변경을 모색했다고 보도했다. 초기 논의 과정에서 행정부 관계자들은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GM이 리튬 구매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으나 GM이 이를 거부하면서 지분 요구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에너지부의 지분 요구에 리튬 아메리카 측이 대출금 1차분 집행을 확보하기 위해 보통주 5~10%를 취득할 수 있는 무상 워런트 제공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에너지부 성명에 따르면 이 시설이 1단계 가동에 들어가면 연간 약 4만 톤의 배터리 등급 탄산리튬을 생산해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최대 80만 대에 충분한 양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 업체인 앨버말이 소유한 네바다 시설에서 연간 5000톤 미만의 리튬을 생산한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 리튬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춘다는 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의 초당적 지지를 받아왔다.
이같은 행보를 두고 중국이 반도체·스마트폰·전기차 등 주요 첨단 산업에서 빠짐없이 들어가는 희토류를 장악하며 무역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자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광물에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미 국방부는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을 운영하는 MP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이 뒤늦게 광물 확보전에 뛰어들자 중국은 자원을 지키기 위한 내부 통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간첩 감시기관인 국가안전부가 광물 통제 조치 우회 시도에 대해 경고를 날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산업 핵심인 희귀 광물 수출을 통제하자 조직적으로 이를 우회해 수출하려는 세력이 발각됐다는 것이다.
SCMP는 "특정 해외국들이 안티몬과 같은 희귀 금속 보유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가족이 운영하는 범죄 조직과 결탁했다"며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 등 광물 전쟁 가속화하는 가운데 내부 자산 지키기에 주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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