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과 ‘내란전담재판부’ 신설을 포함한 상고심·재판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사법부는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강하게 맞서고 있다. 개혁 명분(적체 해소·국민 신뢰 회복)과 우려(정치 개입 확대·전원합의체 약화)가 정면충돌하는 구도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국회 청문회 불출석 논란까지 겹치며 정치권과 사법부의 갈등은 추석 연휴 이후 ‘입법 전면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정감사 이후 정기국회 일정에 맞춰 사법개혁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대응해 사법부는 개혁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졸속 입법은 사법 독립을 해칠 수 있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대법관 증원 규모와 속도, 전담재판부의 위헌성 여부, 대법관 임명 절차 개선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먼저 대법관 증원 문제를 두고 정치권은 현행 14명에서 26~30명까지 늘려 사건 적체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법부는 “소폭 증원은 검토 가능하지만, 대규모 증원은 전원합의체 운영과 제도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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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공방도 거세다. 민주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9월 18일 발의한 ‘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따르면, 이 전담재판부는 법무부·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9명으로 구성되며, 대법원장이 위촉한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설치해 1심은 6개월, 2심은 3개월, 대법원은 3개월 내 선고하도록 했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을 집중 심리하는 방침이다. 다만 사법부 내부에선 “재판부 구성에 정치적 요인이 개입될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 반복해서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법원행정처는 이미 해당 법안에 대해 “사법권 독립 침해와 재판 신뢰 저하 우려”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한 바 있다.
사법부는 국회 논의와 별개로 재판 실무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중앙지법은 9월 18일 지귀연 부장판사 재판부에 법관 1명을 추가 배치했고, 서울고법은 22일 특검 사건을 대비해 ‘집중심리 재판부’를 운영하기로 했다. 해당 재판부에는 특검 사건 외 다른 사건은 배당하지 않고 재판연구원 4~5명을 집중 배치한다. 사건 신속 처리를 염두에 두고 대응 태세를 강화한 것이다.
이밖에 대법관 임명 절차 개선, 법원행정처 권한 축소 등의 이슈도 사법개혁의 주요 쟁점이다. 정치권은 투명성 강화와 권한 분산을 내세우는 반면, 사법부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행정 공백과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우려한다.
결국 정치권은 신속 입법을, 사법부는 신중 접근을 내세우며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관 증원·전담재판부 위헌성·임명 절차 개선 등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사법개혁안은 장기간의 진통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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