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탄탄 ‘순천’ 미래 없는 ‘여수’ 싱거운 전남 1위 타이틀 전쟁
자동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이웃사촌 전라남도 여수·순천.
한때 여수는 소위 말해 잘 나갔다. 여수 밤바다 노랫말이 전국적으로 울려 퍼지며 밀려오는 관광객과 함께 막강한 석유화학까지, 전남 동부권(여수·순천·광양)에서 유일하게 국회의원을 두 명 보유할 정도로 전남 제1의 도시를 자부했다. 참고로 순천은 전남 최다 인구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선거구가 찢겨진 아픔을 겪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 여수의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2년 민선 8기가 들어서자 마자 전남 제1의 도시는 커녕 ‘혼밥 홀대·걸레수건’에 따른 관광 위기에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 무너진 주력산업 석유화학에 청렴까지…. 여수는 그야말로 겉잡을 수 없는 위기의 연속이 현재 진행형이다.
당연히 여수시민들은 망연자실이다.
그러면서 옆 동네인 순천으로 고개를 틀어본다.
대한민국 국제행사의 한 획을 그은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대성공을 신호탄으로 대기업은 물론 국내 굴지의 기업이 속속 들어서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본다.
“부럽다”라는 표현보다 정기명 여수시장을 비롯한 전남 유일 지역구 두 명의 국회의원을 향해 원망의 눈빛을 보낸다.
최근에는 여수MBC마저 순천으로 이전했다. 55년 여수를 지켰지만, 이젠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순천MBC다.
이번 순천 이전과 관련 지난 26일 진행된 협약식 당일날 ‘여수MBC 순천 이전 반대추진위원회’ 소속 10여 명이 항의서를 전달하면서…. 순천시와 여수MBC의 밀약이란다. 냉정하게 말해 정치적 파워는 순천보다 여수가 훨씬 더 높은데 말이다.
민주당 정권 속 전남 동부권 유일 다선의원 보유에, 앞서 언급한 전남 유일 지역구 국회의원 2명 보유, 민주당 최고위원 출신에 친명, 단체장에 광역의원도 모두 민주당인데 이치에 맞는 대응인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55년 동안 여수를 지켰고 주요 언론사이기도 하지만 사기업인 여수MBC를 향해 확인도 되지 않은 ‘밀약’이라는 단어까지 써내려 가며 매몰차게 몰아세우고 있는 이들의 행위가 정당한지 되묻고 싶다는 여론도 심심치 않다.
그렇지만 여수시민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제 와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관광·석유화학. 과거에만 매몰되며 미래에 대비하지 못한 여수지역 정치인들을 향해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가 잘못이지” 이 같은 한탄의 목소리는 더욱 구슬프게 들려온다.
▶전남 유일 지역구 두 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치적 손익계산서
이 와중에 여수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여수을)은 노관규 순천시장을 2025년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한다. 날짜는 10월 14일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이라지만, 이례적이다.
여수MBC 순천 이전에 따른 앙금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 속 지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현직 단체장을, 그것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조계원 의원의 명분은 이렇다.
노관규 시장이 애니메이션·웹툰 클러스터 지역 사업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 당시 김건희 씨에게 지역 현안을 직접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 보고의 영향으로 300억 원(2023년 2월)이던 사업이 보고 이후에는 390억 원으로 불어났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건희 씨의 행위는 어떠한 공식 직위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예산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것은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이지만, 노관규 시장의 행위는 국비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에 기반했다는 사실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개인적 이익이나 불법적 목적과는 전혀 무관하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경제 9월 10일자 김건희 권력 사유화 논란 속 노관규 순천시장 “예산 확보 못한 단체장은 직무유기”>를 참조하면 된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국비를 확보하는 것은 단체장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간에 이를(예산확보) 소홀이 한다면 오히려 직무유기가 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상황을 접한 여수시민들은 또 다시 순천을 향해 부러운 눈빛을 보낸다. 당시 민주당이 야당일 때 몰표를 준 호남권에서, 거기에 무소속 신분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국비를 확보하는…. 그의 정치력과 추진력, 리더십이 다시 한번 각인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수도 이렇게라도 하지…”
조계원 의원은 “순천시민의 명예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애니메이션 예산 증액 등을 점검하고 깊이 있게 다뤄볼 방침”이라지만, 오히려 노관규 시장의 정치적 몸집만 키워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순천지역사회에서 강력한 팬덤과 함께 막강한 조직력을 형성하고 있는 노관규 시장. 그의 지지자들은 조계원 의원을 향해 “단체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지, 지금 자기동네(여수)가 어려운 현실인데 옆동네(순천)까지 챙길 여유가 있는가”라는 격양된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반면, “조계원 의원이 노 시장 전국구 인지도를(일 잘하는 이미지 각인) 쌓게 도와주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의견도 표출된다.
이러한 상황 속 여수의 또 한 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주철현 의원(여수갑)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일찌감치 전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주 의원은, 전남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동부권 대표주자를 자부했지만 최근 잇따른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정체를 보이고 있다.
전남도지사 후보군으로 지역구인 여수의 편을 들자니, 전남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순천의 눈치가 보이고….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듯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여수MBC 순천 이전과 맞물린 단체장 국감증인 신청으로 인해 지역 갈등은 물론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주철현 의원이 정체된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한 회심의 카드 ‘동부권 집결’은 물건 너 갔다는 여론도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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