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체중 감량법’으로 주목받던 ‘애플 사이다 비니거(애사비) 다이어트’의 과학적 근거로 널리 인용된 유명 의학 논문이 데이터 조작 의혹으로 최근 전격 철회됐다.
애사비는 사과를 통째로 으깨 자연 발효시킨 식초로, 일반적인 맑은 사과식초와 달리 여과와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아 ‘초모’라 불리는 효모와 유익균 침전물이 남아 있다. 이 성분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다이어트 보조 식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23일(현지시간) IT매체 기즈모도에 따르면 영국 의학저널(BMJ) 그룹은 지난 22일 자사 학술지 ‘BMJ 영양·예방 및 건강(Nutrition, Prevention & Health)’에 지난해 3월 실린 ‘레바논 청소년과 청년의 체중 관리를 위한 애플 사이다 비니거’ 논문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 논문에 포함된 ‘하루 한 잔으로 3개월 만에 최대 8㎏ 감량’이라는 결과는 애사비 열풍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발표 직후 영국 BBC와 가디언, 미국 CNN 등 주요 글로벌 언론이 이를 앞다퉈 보도했고, 국내 언론도 ‘애사비 효과’를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발표 직후부터 연구의 신뢰성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됐다. 각국의 통계학자와 연구자들은 해당 연구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영국 애스턴의과대학 두에인 멜러 박사는 "이 논문은 임상시험 연구의 기본인 '시험 사전 등록'조차 하지 않아 학술지의 기본 기준을 위반했다"며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BMJ그룹은 직접 조사에 나섰다. 조사를 진행한 전문가들이 BMJ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연구진이 제출한 원본 데이터만으로는 논문 결과를 재현할 수 없었다. 분석 오류 역시 다수 발견됐다.
BMJ 출판 윤리를 담당하는 헬렌 맥도널드 편집장은 "내부 조사 결과 관련 연구가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논문을 철회한다"며 "향후 이 연구 결과가 참조되거나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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