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대출 규제 정책이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인 미리내집 자금 마련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을 겨냥해 “신혼부부의 꿈까지 짓누르는 규제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교각살우는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의미다.
오 시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례로 서울시의 신혼부부 대상 공공 임대 주택인 ‘미리내집’을 제시했다. 미리내집은 신혼부부가 시세의 80% 이하 보증금으로 최대 20년 간 거주할 수 있는 장기 전세 주택이다. 서울시는 저출산 대책으로 미리내집을 도입해 2024년 7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300가구)를 시작으로 아파트 단지에서 공급해왔다.
그러나 신혼부부 전용 정책 대출인 버팀목 전세 대출은 보증금 4억 원 이하 주택에 적용돼 전세 가격이 높은 서울 아파트 단지의 미리내집은 사실상 제외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서울시는 5월 국토교통부에 수도권 버팀목 전세 대출 한도를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상향해 달라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욱이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수도권 지역 버팀목 전세 대출 한도가 3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축소돼 신혼부부의 전세 자금 마련 부담이 더 커지게 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성북구 미리내집의 경우 과거에는 자기 자금 9000만 원이면 입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억 4000만 원이 필요하다”며 “집값 억제와 무관한 장기 전세까지 묶어 신혼부부의 짐만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6·27 대출 규제 시행 후인 서울시는 8월 11~12일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벨리17단지의 미리내집 196가구에 대한 청약 접수를 받았지만 4619명이 접수해 경쟁률 23.5대 1에 그쳤다. 직전 4월 미리내집 367가구 청약 접수에 2만 3608명이 신청해 64.3대 1에 달했던 평균 경쟁률이 낮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 전세 보증금 4억 원 이상으로 버팀목 전세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대출 한도 축소로 수요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시는 8월부터 아파트보다 전세 보증금이 낮은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非)아파트 미리내집 공급을 시작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제도 개선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요지부동”이라며 “‘집값 잡기’와 무관한 ‘주거 안정’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하지 않겠냐”고 대출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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