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비구역 지정이 완료된 서울의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10만 가구 이상의 공급이 계획되면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정비사업에 대한 인허가 단축 등 지원 정책을 추진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도 서울시가 정비사업 활성화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정비구역 지정이 증가하면서 도심내 정비사업 물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서울시의 정비사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정비구역 지정이 고시된 민간 재건축(공동주택·아파트지구)·재개발(주택정비형) 사업장은 49곳으로 집계됐다. 49곳의 기존 규모는 6만 400여 가구인 가운데 정비사업을 통해 새로 조성이 계획된 가구 수는 약 3만 2000가구 늘어난 9만 2700여 가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연초 이후 9월까지 집계된 것으로, 지난해 12월까지 한 해 동안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공급 계획 규모는 10만 가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49곳 중 재건축 사업장은 23곳이다. 202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서울시 도시계획위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진 양천구 목동신시가지(4·5·7·8·9·10·12·13·14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재개발 사업장은 동대문구 청량리9구역, 구로구 가리봉1·2구역 등 26곳이다.
서울시의 정비구역 지정과 이에 따른 공급 계획 가구 수는 2021년 4월 오세훈 시장의 보궐선거 당선에 따른 복귀 이후 매년 증가했다. 2021년 7곳(7400가구)에서 △2022년 14곳(1만 4700가구) △2023년 16곳(2만 3100가구) △2024년 22곳(2만 6200가구)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는 49곳(9만 2700가구, 9월 기준)으로 2023년보다 구역 기준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고(故) 박원순 시장 때 지정된 정비구역과 비교하면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시장 때인 2012년에 10곳(9400가구) △2013년 3곳(2800가구) △2014년 5곳(4800가구) △2015년 6곳(6000가구) △2016년 5곳(4300가구) △2017년 18곳(2만 2400가구) △2018년 6곳(2800가구) △2019년 3곳(1000가구) △2020년 10곳(9800가구) 등에 그쳤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정책이 박 시장 임기에 뉴타운·재개발 출구 전략으로 400곳에 가까운 정비구역을 해제한 뒤 오 시장 복귀를 계기로 180도 달라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2021년 9월 재개발 사업 구역 지정 요건을 완화한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 도입 등으로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섰다. 이어 지난해 9월 정비사업 평균 추진 기간을 18.5년에서 12년으로 줄여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거나 완료된 400여 곳의 정비사업장에서 2031년까지 31만 가구의 착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지원 정책이 재건축·재개발 추진에 나서는 사업장의 증가와 신속한 정비구역 지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한강벨트' 등 인기 지역 단지들을 중심으로 지속된 서울 집값 상승도 정비사업 활성화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높은 조합원 분담금 등 사업성 때문에 재건축을 망설이던 단지들이 결국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사업은 집값이 상승하면 조합원의 자산 가치가 높아져 분담금이 줄어들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도시계획위 심의 결과 등 정비사업 추진 상황을 근거로 올해 상반기 정비구역 지정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에 따른 정비계획 수립 기간이 평균 2년임을 감안하면 2024년부터 정비계획 수립을 시작한 사업장들의 정비구역 지정이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이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준공까지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당장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등 부동산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비사업은 입주 시점에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로 집값이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정비사업 활성화는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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