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이 확실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10월 말 또는 11월 초 경주를 방문한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역시 APEC 참석 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내달 한국을 방문할 전망이다.
조현 장관은 17일 중국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베이징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시 주석이 APEC 정상 회의에 원칙적으로 참석하겠다는 의사가 확실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왕이 부장 방한은 10월 중에 시간을 서로 잡아보자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31일에서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의 참석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한국은 물론 중국 정부에서도 공식 발표는 없는 상태지만 이번 방중을 통해 왕 부장을 만난 조 장관은 시 주석의 방한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당국의 과거 사례를 볼 때 공식 발표는 APEC 정상회의가 임박한 내달 중순 이후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중국 측에서 이달 초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데 대해서 설명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조 장관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해 중국 측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에 대해 중국 측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서해 해상의 중국측 구조물과 관련해서 우리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국 측에서 아주 성실하게 답변했다”며 “실무 협의를 지켜보고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중국 측과 오늘 장시간 논의를 했지만 여러 가지 세부 사항에 대해 협의를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중 간에는 수시로 외교장관 회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왕 부장의 추가 방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내달 한국에서 왕 부장과 다시 만날 것을 예고했다.
조 장관은 “한국 신 정부의 대외 정책 전반, 중국과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을 갖고 설명했다”며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중간 협력, 한·중·일 협력, 또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궁극적 비핵화를 위한 중국측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제 분야 등에 있어서는 추가 협상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상(FTA)와 한국 기업들의 애로사항, 세계 경제가 글로벌 벨류체인(공급망) 등에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중 양국은 우호정서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도 회담에서 논의했다. 조 장관은 “양국 국민간 교류, 상호 인정 등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확인했다”면서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기 때문에 반중 시위 뿐 아니라 반미 시위도 일어나고 있지만 도를 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세심한 노력 기울여왔다고 하자 중국도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김 위원장이 중·러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평화 통일을 포기하는 정책에 대해 외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서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중국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북측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거 같고 이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저도 이번에 들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국 측 입장을 고려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조 장관은 "오늘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서 매우 좋은 첫걸음을 뗐다고 자평하고 싶다"며 "중국 측도 한국의 새로운 정부의 외교 정책을 평가하고 앞으로 이재명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방중한 조 장관은 오후 5시 30분(현지시각) 무렵부터 왕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만찬까지 약 3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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