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당은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고, 야당은 이에 반발해 장외투쟁까지 거론하면서 국민이 바라는 여야 협치는 더 멀어지고 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이 심각하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친명계 강성 지지층)’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거센 반발로 ‘3대 특검법’ 여야 합의를 14시간 만에 파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개딸들은 문자 폭탄으로 민주당 지도부를 압박했고, 결국 정청래 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사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당내 목소리가 개딸들에 의해 원천 봉쇄되는 비상식적 행태도 있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여당발(發) 검찰 개혁까지 강성 팬덤에 휘둘리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하는 것을 반대했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집중 비난한 결과 “당정 합의가 이행되도록 협조하겠다”는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강성 팬덤의 폐해는 이들의 막강한 영향력에 의해 여당 내 합리적 목소리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다. 개딸들은 이미 지난해 국회의장 경선과 올해 대선 등에서 조직력과 규모를 앞세워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민주당 안에서는 이들의 목소리가 당의 공식 결정보다 힘이 세다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는 탄식까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정 대표의 당원 중심 기조와 새로 도입된 권리당원 투표 반영 규정, 당원주권특별위원회 활동 등으로 강성 팬덤의 입김은 앞으로 더 커질 게 뻔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여당이 강성 팬덤에 휘둘릴수록 각종 민생 입법과 기업을 옥죄는 노란봉투법, 상법개정안 보완 입법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장 15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 질문을 앞두고 여야는 격한 발언을 주고받으며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강성 팬덤에 포획된 정치는 국민 삶을 피폐하게 할 뿐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협치를 다시 세우고 ‘경제 살리기’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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