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수수의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이 브라질산 수수 수입을 허가했다. 농산물 수입을 통제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브라질 관세청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해관총서가 서한을 보내 브라질산 수수가 선적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초 중국 대표단의 브라질 방문에 이은 것으로,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브라질 국빈 방문 당시 밝힌 계획이 구체화된 것이다. 첫 물량은 연내 선적될 전망이다.
이번 수입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 미국산 수수 수입을 급격히 줄인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올 1~2월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수수는 총 7만 8316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만 톤(95%)나 급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은 미국산 수수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이었다. 로이터는 “(브라질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미국산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데 대한 대안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줄여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대두가 대표적 사례다. 중국 대두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40%에서 지난해 18%로 감소했다. 올 9월 개시 예정인 2026년 마케팅 연도 기준으로는 미국 대두를 전혀 주문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 농가 시름이 깊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대두 수입을 4배 늘리라”고 중국을 공개 압박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브라질산으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7월 기준 중국 대두 수입에서 브라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했으며 이번 수입 개시로 브라질산 수수의 중국 점유율 역시 대폭 올라갈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50% 초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브라질과 올 들어 최대치로 밀착하며 ‘반미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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