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AI) 첫 과제로 ‘노동과의 상생’이 선정됐다. 국가인공지능(AI)전략위원회는 AI의 도입으로 일자리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3대 업종을 선정해 직종 종사자와 토론한 뒤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1일 국가인공지능(AI)전략위원회는 ‘AI 전환에 따른 일자리 변화 분석 및 대응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최근 생성형 AI를 비롯한 AI가 사회·경제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이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AI 기술 도입으로 영향을 크게 받는 특정 직종에 대한 정밀한 영향 분석이 부족하고 현장 종사자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그간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연구는 주로 전문 연구 단체나 기관에서 집계한 통계를 활용하는 등 산업의 기술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에 위원회는 AI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위협 받는 특정 직종의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위원회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위원회는 AI 영향이 큰 3개 대표 직종을 선정해 관련 협회의 협조 또는 추천을 받아 직종별 6명의 대표 인원을 꾸리고 AI 전문가, 노동·고용 전문가 등 자문단을 초빙해 숙의 토론회를 진행한다. 3개 대표 직종으로 유력하게 언급되는 분야는 농림축산, 보건·의료, 건설, 정비·생산직 등이다. 실제 지난달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지능 시대, 고용 정책의 방향성’ 보고서에 따르면 AI의 도입으로 고용이 감소하는 직업으로 농림·어업직, 서비스직, 정비·생산직, 보건·의료직, 건설·채굴직 등이 언급됐다.
위원회는 토론회를 통해 AI 도입의 효율성, 고용 및 직무 변화 전망, 탈숙련화, 실제 도입 사례 등 AI가 직무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비해야 할 AI 역량과 윤리 및 규제 가이드 등 직군별로 준비가 필요한 사항을 정리한다. 최종적으로 위원회는 정부에 대한 요청 사항을 도출하고 각 업계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러한 연구는 노동을 중요시하는 이재명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달 3일 진행된 K제조업 현장 간담회에서 AI 전환과 관련해 “‘AI화하면 일자리가 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데 크게 안 하셔도 된다”며 “대체 인력이 생기기 때문에 고용 규모는 최종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통계적으로 보면 기업당 2.4명이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AI가 노동시장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의 일환으로 이 대통령은 기존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명칭을 ‘국가인공지능(AI)전략위원회’로 바꾸고 실질적인 전략 기구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 대통령령을 이달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으며 위원회는 최근 홈페이지 개편을 진행하는 등 실질적 전환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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