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패스트푸드점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아동 비만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요하네스버그 인근 랜드버그에 위치한 카이로스 탐구학교는 최근 학생들의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식 메뉴를 채식 위주로 전환했다.
카이로스 학교는 학부모들에게도 가공식품 대신 '홀푸드'(whole foods)를 중심으로 도시락을 준비해 달라고 권고했다. 홀푸드는 가공 과정을 최소화한 음식을 뜻한다. 마크 룬 교장은 이번 정책이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이들이 무엇을 먹는지 의식하는 학교가 많아질수록 학생들의 건강이 지켜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개발도상국에서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등 간편식품이 확산한 것이 아동 비만 증가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알리는 유니세프 활동가이자 변호사 연수생인 맘카벨라 므템부(23)는 어린 시절 패스트푸드를 '축하 음식'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와 함께 어려운 형편에서 자랐는데, 패스트푸드는 돈이 있을 때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오히려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식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 시절 간편식을 자주 먹으면서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비만이고 아이 때 사탕을 많이 먹어 잇몸 출혈이 생겼는데 여전히 남아 있다"며 "최근에는 호흡 곤란도 있다"고 말했다.
아동 비만은 특히 빈곤국과 중저소득국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저소득국에서는 고칼로리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부유층 아동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반면 중간소득국으로 분류되는 남아공에서는 사회 전반의 다양한 계층에서 비만이 확산되고 있다. 더 많은 가정이 손쉽게 패스트푸드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아공 패스트푸드 시장은 2018년 27억달러(한화 약 3조7435억5000만원)에서 2026년 49억달러(한화 약 6조7938억5000만원)로 8년 만에 83%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세프 남아공 영양담당 길버트 치타우지 매니저는 "예전에는 개인의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탓으로만 돌렸지만 이제는 환경적 요인이 더 크다는 걸 안다"며 "정부에 아동 대상 패스트푸드 마케팅 제한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남아공 정부는 2018년 설탕세를 도입했지만 5세 미만 아동 비만율은 2016년 13%에서 현재 22%로 급등했다. 치타우지 매니저는 "남아공은 식량은 충분하지만, 높은 실업률 탓에 많은 가정이 건강한 식품을 구입할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엔(UN)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과체중 및 비만 청소년 수는 지난 20년 동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5~9세 과체중 아동은 6900만명에서 1억4700만명으로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저체중 아동 수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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