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0일 “역류와 퇴행의 국정운영을 목도하면서 오만하고 위험한 정치 세력에 국가 권력을 내준 국민의힘의 과오가 더욱 한탄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일당 독주의 폭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 ‘나홀로독재당’으로 당명을 바꾸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전날 쏟아낸 강경 발언에 맞서 대여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면서도 여야 사법·방송·재정 개혁 협의체 가동을 제안하며 협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은 한마디로 ‘혼용무도(昏庸無道)’,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 시간이었다”고 운을 떼며 여권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그는 50여 분간 이재명 15번, 민주당을 12번 언급하며 정부·여당의 폐단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국민(29번)’ ‘기업(17번)’ ‘재정(13번)’ ‘경제(9번)’ ‘민생(6번)’ 등 단어로 여당발(發) 반기업·반시장적 입법 독주에 대한 부작용을 알리는 데 메시지를 집중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50여 차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에게서는 고성과 항의가 터져나오는 등 여야 반응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송 원내대표는 내년 728조 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두고 “건전 재정의 둑을 무너뜨린 빚더미 예산”이라고 규정하며 이재명 정부의 확정 재정 기조를 “처참하게 실패한 문재인 정권 ‘소득 주도 성장’ 시즌 2 ‘부채 주도 성장’”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더 센 상법(상법 2차 개정안)’에 대한 강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조선업 노조의 파업 현황을 거론하며 “정부가 자랑하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시작도 전에 노란봉투법에 발목이 잡혔다”고 지적했고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뜩이나 기업 방어 장치가 없는 우리 기업은 외국계 자본,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대해서도 “의회 독재의 횡포”라며 맹폭을 가했다. 송 원내대표는 또 “지난달 28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얻은 것 없는 빈손 쭉정이 회담이었다”며 “내각 인사는 갑질과 표절, 투기와 막말의 참사였고 파렴치범들의 광복절 사면은 국민 통합의 배신이자 권력의 타락이었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다만 사법개혁 특위와 공영방송 법제화 특위를 통한 여야 간 대화 채널 구성안을 꺼내들며 ‘강대강’ 대립이 아닌 협치로 현안을 풀어가자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무분별한 돈 풀기와 재정 파탄은 막기 위한 제로베이스 예산 제도 도입을 요구하며 여야정 재정 개혁 특위를 구성하자고 했다. 또 실질적인 대북 억지력 강화를 목표로 한미 연합훈련 강화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제안하며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정부·여당을 향한 비난과 협치 제스처가 뒤섞인 송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에 대해 민주당은 “정부의 성과를 퇴행으로, 개혁을 역류로 폄하하기에 바빴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총칼로 헌정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위협한 한 내란 세력에 대해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이, 아직도 결별하지 못했으면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은 국가 해체, 민생 회복 예산은 빚더미라고 비난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모쪼록 ‘위헌 정당 해산 심판대’에 오르지 말라는 우려를 받아들여 내란 세력과 절연하고 국민을 위한 ‘잘하기 경쟁’에 함께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검찰 개혁안 개정 등 쟁점 현안에 대한 야당 측의 논의 요구에 사실상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 의원들도 이날 송 원내대표의 발언 도중 ‘김건희’ ‘윤석열’ ‘전한길 정당’ ‘거짓말’ 등을 수차례 연호하며 얼어붙은 국회 분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