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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본부, 국제처로 격상…외국인 학생 끌어와 '서울대 DNA' 바꾼다

■서울대 글로벌인재학부 신설

"외국인 교수 900명 유치" 밝혔지만

현재 교원수 114명…목표치의 12%

트럼프發 반이민 정책에 인재 이탈

서울대 글로벌화 속도내며 영입전

한국생활 적응 위한 한국어 교육서

교원 행정 돕는 '원스톱 센터' 구상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전경. 사진 제공=서울대




서울대 주요 교수만 9명이 투입된 서울대 국제화 연구 보고서에는 첨단 기술 및 인재 유치 경쟁에서 국내 1위 대학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는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수차례 만들어진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은 모두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한 채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서울대는 국제화 정책을 도맡을 관제탑(국제처)을 설치하고 학부 단계부터 외국인 유학생을 늘릴 방안을 강구해 국제 경쟁에서 실추된 서울대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서울대학교 교육-연구-행정-공헌 국제화의 고도화 방안 연구’ 보고서는 국제협력본부를 국제처로 승격시키고 외국인 유학생을 흡수할 글로벌 인재학부 등의 신설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고서는 “국제협력본부 체제는 외국인 학생 증가와 해외 연구자 교류 확대에 따른 업무 부담이 커지는 반면 자원 부족으로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어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국내 타 대학은 이미 국제처 체제에서 글로벌 전략 부서를 일원화한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협력본부 내 외국인 학생과 외국인 교원 대응 업무 담당자가 각 1명으로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제처를 신설하면 예산·인력 등의 자원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946년 개교 이래 서울대는 4처 체계(교무처·연구처·학생처·기획처)를 유지해왔다. 국제처가 신설될 경우 약 80년간 유지됐던 학교본부 핵심 조직이 5처로 확대되는 만큼 국제화를 향한 서울대의 의지도 더욱 공고해지는 셈이다. 처장은 정관상 총장·부총장·학장과 함께 교육과 연구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학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글로벌 전략의 미비는 서울대 외국인 교원 비중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대는 2007년 장기발전계획을 통해 국제화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이행 목표를 2025년까지 외국인 학생 30%, 외국인 교수 900명,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 유치로 삼았다. 2005년 서울대 최초의 외국인 전임교수로 로버트 이안 맥케이 교수가 서울대 공대 컴퓨터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20년 내 아시아권 최상위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였다.

그러나 서울대 통계연보와 다양성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외국인 교원 수는 지난해 114명으로 목표치의 약 12%를 겨우 채웠다. 2014년 5.13%였던 외국인 교원의 비중은 지난해 4.86%로 되레 감소했다. 외국인 학생도 2014년 1294명에서 지난해 1795명으로 38%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전체 학생 대비 비중은 4.62%에서 5.06%로 미미하게 증가했다.



이 같은 실패를 거치며 2022년 수립된 서울대 중장기발전계획은 캠퍼스 내 다양성·포용성 문화 증진 등 질적인 국제화를 목표로 삼았다. 그럼에도 세계대학평가 지표를 보면 지난해 새로 추가된 ‘국제 공동 저자 출판물을 기반으로 한 국제 연구 네트워크’ 부문에서 서울대는 36.9점으로 ‘매우 미흡’ 수준을 받았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규모를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학부대학 내 글로벌인재학부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인재학부는 기존에 서울대가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운영해온 ‘글로벌인재특별전형’의 확장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서울대는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부모가 모두 외국 국적인 외국인 학생 △전 교육과정을 해외에서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해당 전형을 진행해왔다.

다만 그동안 이들이 입학과 동시에 각자의 학부대학으로 나뉘어 소속된 것과 달리 동일한 단위로 묶어 통합 관리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우선 신입생 때는 다같이 교양 수업, 한국어 교육 등을 듣도록 한 뒤 2학년 때부터 각 전공에 소속되는 모델을 고려 중”이라면서 “연세대 언더우드 전형처럼 계속 같은 학부로 묶여서 가는 것이 아니라 한 해 동안 초기 정착을 돕는 개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인재학부는 앞서 2022년 발간된 서울대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에서도 신설 필요성이 언급된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현재 학내에 외국인 학생 통합 관리 프로그램이 부재하고 해외에서 입학한 학생들의 체계적 학업 관리도 미비한 형편”이라고 지적하고 “글로벌 인재의 선발, 기초 교육, 문화적 적응, 전공 사전학습, 생활 적응 등 제반 이슈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통합적 조직 단위로서 글로벌인재학부 신설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글로벌인재학부가 신설될 경우 향후 서울대 국제화 교육 거점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를 종합하면 글로벌인재학부는 단순히 영어 수업을 확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제 통상·개발·보건·기술경영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한 어젠다를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제시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서울대의 행정조직 개편은 국내 대학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이민정책으로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찾으려는 연구자들의 물색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마틴 슈타이네거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최근 미국 학계의 변화로 해외 연구자들이 서울대와 한국의 연구 여건을 직접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와 비슷하게 평가받는 일본 도쿄대는 한 발 앞서 국제처 국제전략기획실을 통해 이미 글로벌 전략·기획·연구를 펼치고 있다. 직위가 다양한 국제 구성원을 대상으로 언어·주거 환경 등 행정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대 국제구성원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보고서는 “원스톱 서비스 센터를 통해 행정 분산과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독]서울대, 글로벌인재학부 신설…국제본부 '국제처' 승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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